마티스와 함께한 1년 - 어둠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행
제임스 모건 지음, 권민정 옮김 / 터치아트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Chasing Matisse : a year in France living my dream 이라...

미국 작가인 제임스 모건은 화가 마티스를 자신의 시각으로 조명해 보고 싶다는 이유로 직접 프랑스로 가  1년동안 그의 행적을 추적해 나간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책 하나를 만들기 위한 취재만은 아니었다.제목에서 짐작이 되다시피 그건 일종의 그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잘 나가던 잡지사의 편집장이던 작가는 한가로이 자신의 창작에만 열중할 수 있는 전업작가를 부러워하다 아예 직장을 때려 친다.그리고 고심 끝에 집을 팔고 아내와 함께 프랑스에 온다.더 이상 꿈만 꾸며 사는 삶에 만족하는 척 연기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떠날 때가 된 것이지만,어디 때가 되었다고 해서 의식주나 두려움이 저절로 해결되던가? 익숙하고 안정된 일상을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뛰어 든 두 부부는 곧 벼랑끝에 매달린 듯 아슬아슬한 삶과 마주하게 된다.듬직한 가장 노릇을 하고 싶던 작가는 나설때마다 카드 명세서를 떠올려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지는데...

 

하지만 왜 하필이면 마티스였을까? 거기에 대해 작가 자신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다.아니 실은 그래서 떠난 것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뭔가 모르지만 하여간 내 맘을 끈다,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다.라고 자신의 의문에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대답을 못 얻자그는 직접 발로 뛰어 해답을 구하기로 한 것이다.그렇다면 그를 그토록이나 매료시킨 마티스의 그림의 비밀은 무엇일까?과연 그는 그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림이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이해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나는 내가 화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107, 마티스가 한 말 중에서...



 

좋은 그림이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고 상상하게 하는 힘을 가진 함축적인 언어다.그림도 책처럼 해석하는 것이란 것을 깨달은 후부터는 전엔 심드렁하게 대하던 그림에 관심이 생긴다.마치 옹알대는 아기를 말을 못한다고 무시하다 실은(언어가 아니래도) 나름 열심히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는걸 알게 된 후부터 달리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티스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그림도 올곧이 언어다.

 

그렇게 마티스가 그림속에 남기고자 한 말을 진지하게 해석해 보기 위해  집까지 팔아 대양을 건너간 한 사내의 이야기,결론적으로 마티스의 인생과 그림 역정을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이 육순에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던 작가의 이야기기도 했다.두 가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아내는데다 지루하지 않게 글을 구성하는 솜씨가 역시 전직 편집장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또 그렇게 글을 잘 쓴다는것이 문제기도 했다.말이 너무 많다 보니 종종 장황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여백의 미학이나 빼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체득은 안되셨다고나 할까.

 

거기에 미안한 말이지만,화가를 통찰하는 면에서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 것도 의문이었다.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긴 했지만 미심쩍은 부분도 몇군데 되었기에...결국 1년을 쫓아다녀 그 만의 마티스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그런 주관성에도 불구하고 물론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는 있는 책이었다.무엇보다 그림을 제대로 바라보는 과정과 시선을 가르쳐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책을 읽으면서 마티스라는 화가에게도 관심이 생겼지만 또 나의 화가는 누구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과연 나를 매혹시키는 화가는 누구일까? 한번 각자 자신에게 물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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