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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일주
마이크 혼 지음, 이주희 옮김 / 터치아트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리뷰를 쓰려 검색을하니 이 작가의 다른 책 <불가능의 정복 (20,000km 북극 도보 일주 성공기) <Conquerant de l'impossible>가 보인다.한숨이 나왔다.도무지 이 사람 피속엔 어떤 유전 인자가 들어 있길래 적도를 일주한 것도 모자라 북극도 도보로 걸어보자는 환상적인 생각을 해낸 것일까. 가장 먼저 머리속에 떠오르는 말은 자살 충동인데 멋진 아내와 귀여운 두 딸을 둔 성실한 가장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점만 뺀다면 참으로 그럴 듯한 설명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건 웃자고 하는 말이고,아마 이 사람보다 더 험난한 여행을 잘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망망대해 쪽배타고 가기,정글 맨몸으로 걸어가기,산악 자전거로 고산 넘어가기,자전거로 대륙 횡단하기를 한꺼번에 해내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거의 드물테니 말이다.거기에 남보다 탁월하다는 이유로 남들이 상상도 못하는 일을 벌이고 다니는 무모함도 한 몫 했겠지만서도...
실은 이 책도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난 배불뚝이 지구의 중심,적도를 여행한다는 말이 문자 그대로 직접 걸어가는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그냥 적도의 곳곳을 비행기도 타고 기차도 타고 버스도 타고 하면서 간간히 내려 토착민들과 사귀고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적도 아래에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풍경은 어떤지 보고 하는 정도일거라고만 생각했었다.다정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다가...그런데 마이크 혼 이사람,알고보니 무지막지한 사람이더마.이 사람의 목표는 그야말로 적도를 발로 뛰겠다는 생각뿐이였다.말하자면 인간은 애초에 그의 관념 안에 들어 있지 않았었던 것,단지 있는 거라면 죽지 않고 적도를 일주 하겠다는 것 정도?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다정한 시선은 끼여들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리하여 그가 여행한 적도 4만 킬로 미터의 여행을 간략(?)하게나마 견적 내어 본다면 바로 이렇다.
*대서양--두어번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함.당시는 심각했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비교하면 애교 수준임.
*아마존 정글--이름 모를 독사에 물려 나흘동안 사경을 헤멤.콜롬비아군,게릴라,마약 카르텔 셋 다에게 붙잡힘.
*태평양--쪽배 타고 2달간 혼자 표류함,바람이 불지 않아 노를 저어 갔을 만큼 지루했지만 그래도 죽은 고비는 안 넘겼음.
*인도양--거대한 싸이클론 두개를 맞이하여 그야말로 간신히 살아남.
*아프리카--각 나라의 반군,게릴라,정부군,세관원,경찰,경비대,아프리카 거지 등등에게 계속적으로 붙잡혀 시달림.뇌물은 기본이고,사형 선고는 옵션!인간이야말로 최악의 동물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됨.
이리하여 장장 17개월만에 적도 일주를 끝낸 작가 마이크 혼,죽지 않고 여행을 끝냈다는 것에 책을 읽는 나마저도 놀랠 정도였으니 정말 생고생의 절정을 제대로 음미하게 해주던 책이 아니었던가 싶다.가끔은 귀엽고 성실하고 장난스러웠던 점도 있긴 했었지만은...그래도 그의 너무도 고통스럽던 여행 덕분에 한가지는 확실하게 건졌으니,적도는 지구의 중심이고,위도 0도라는 것! 왜냐면 " Latitude zero"즉 위도 0호가 그가 타고 대양을 누빈 쪽배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내 이젠 절대 헷갈리지 않으리다,위도와 경도,으핫핫하...켁켁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