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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선 여행 - 과학의 역사를 따라 걷는 유쾌한 천문학 산책
쳇 레이모 지음, 변용란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자오선을 따라 여행을 하고 쓴 기행문인줄 알고 집어 든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기행문이 아니란 걸 눈치 못 챈 채 아니,왜 여행 떠날 생각을 안 하는거야? 이라면서 투덜대다가 하도 여행을 안 떠나 길래 이상해서 표지를 들춰 보니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과학의 역사를 따라 걷는 유쾌한 천문학 산책"이라고...엥? 뭐야? 그럼 여행이라는 말은 은유적인 것이었어? 그리하여 작가가 여행을 안 떠났다는 사실에 몹시 실망해서 본 책이 되겠다.읽으려 찜해 두었던 "적도 일주"( Latitude zero /마이크 혼 작) 와 헷갈린 모양인데,덕분에 어이없게도 난 내가 아직도 적도와 자오선을 구분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내가 길치인 건 하나도 이상할게 없으니 천부적인 자질 결여에서 기인한 것이 분명하다.
표지 설명 그대로 자오선을 따라 연관되어지는 과학의 역사를 들려 주고 있는 책이다.작가는 경도 0도 0분을 가리키는 영국의 그리니치 기념비에서 자오선이 어떻게 영국으로 지나게 되었는지부터 설명하고 있었다. 1884년 당시 프랑스의 거센 항의가 있었음에도 영국이 기준선으로 선정된 것은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만큼 우수한 천문대가 없었다는 것과 기타 여러가지 합리적인 이유가 작용했다고 한다.그렇게 기준선이 설정되고 난 뒤 세계 공통의 지도를 만들어 지기 장장 100여년이 지난 현재, 작가는 과거 천문학자들이 어떻게 이 지구를 관측하고 추리했었는가라는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지금이야 지구가 공전은 물론이고 자전까지 하고 있으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지구가 생물체라면 얼마나 어지러울까라는 상상을 하며 킥킥댄다.--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고,우린 태양에 비해 엄청나게 작다는 사실 정도야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과거 인간 본위,신 본위의 시대를 거쳐야 했던 과학자들에겐 그 사실을 발견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무척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만 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의 천재적인 발견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박해한 것은 비단 천문학자뿐만이 아니다.자오선 근처에서 다운 지역에서 살았던 다윈 역시 본인이 내어 놓은 학설 때문에 한때 곤혹을 치뤘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게 자오선을 중심 축으로 지리에 관련된 이야기와 그 지역에 연상되는 과학 역사를 읊고 있었는데 결국 작가가 말하려는 골자를 추리자면 , 인간의 인지사史의 확장 경로를 보여 주려 한게 아닌가 싶었다. 고대 내(I)가 세상의 전부이던 시절부터 시작, 세계로 ,지구로,천천히 나아가 태양계,그리고 최종적으로 거대한 우주에까지 인식의 확장을 넓혀 가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었으니까.앞으로 어디에까지 우리의 인식이 확장될 건가 하는것은 아마도 미래에 달린 문제이리라...
과학사중에서 자오선에 관련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내려 한 아이디어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지만,새롭다고 할만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 점수를 깍아 먹고 있었다.아직까지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말했던 사실에 흥분하는 사람이 있을까?다윈이 우리는 원숭이의 후예일지도 모른다 라고 말했을 때 그럴 리가 없다 라고 발끈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되겠어.그렇게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의 짜집기 같다는 것 외에 그가 다룬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다지 통찰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읽는 재미를 앗아가고 있었다.그러게 여행을 떠나시지 그러셨어요?라고 중얼대면서 책을 덮었으니,아무래도 이번 주엔 "적도 일주"를 집어 들어야 겠다.고등학교때 문과출신이거나 과학 초보자들에게 과학 상식을 알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