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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혁명과 저항,전쟁과 광신의 억압,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가는 이란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통스럽게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낸 수작이다.작년 타임지 선정 영화 베스트 10선에 들었던 <페르세폴리스>의 원작으로 흑백 대비로만 그려진 강렬한 톤의 그림이 어딘지 북한의 투박한 구호들을 연상케 해서 안 본 책이었다.그런데 읽어 보니 전적으로 잘못된 편견이었다.내용이 상상외로 너무 세련되고 공감이 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읽으면서 이슬람 문화의 저력에 대해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는데,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여서 그런가 사고의 폭이나 비판적인 지성이라는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탁월하지 않는가 싶었다.누가 이들을 무지하다고 하리요.폭정과 억압 때문에 그들의 재능이 잠시 가려져 있는 것일뿐 그 먹구름이 걷히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도 되는 상황이 되면 그들이 세계의 문화계를 주도하는 세력이 될지도 모른다는생각이 잠시 들었다.그만큼 참신했다.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들의 짜집기가 아닌 생생한 자신의 이야기 였으니까.자신의 올곧은 생각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그것도 이렇게 쉽고 매력적으로 풀어 낸다는 것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다.마르잔 사트라피,어쩌면 그녀는 이란이라는 곳에서 보면 특출난 이단아에 지나지 않을런지는 모르겠지만,적어도 이런 이단아를 키울 정도의 토양이 되는 문화라면 그건 무시못할 지적 전통이 아니겠는가 한다.
마르잔 사트라피 본인의 어린 시절부터 24살 때까지의 여정을 그린 것이다.어릴때부터 정권에 투쟁하는 부모의 모습에 동화되던 그녀는 사춘기의 반항이 심해지던 14살때 유럽으로 보내진다.이란의 교육 풍토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부모의 배려로...하지만 자유롭기만 할 줄 알았던 유럽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외로움과 방황,지독한 가난만을 안겨준다.결국 향수병을 이기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 온 그녀가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군더더기 없이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전쟁과 혼란스런 정치 상황속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자유와 평등을 향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고민들과 이란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중압감 때문에 자동적으로 페미니스트적인 시선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이 책을 보다 보니 페미니스트야말로 여성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답게 사는것,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 말이다.그것은 타협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지 않는가?
특히 이 책에서 감동적이었던 것은 마르잔의 부모와 할머니였다.어리고 미성숙하며 설 익은 마르잔의 시선을 바로 잡아주고,그녀의 실수를 언제나 따뜻한 사랑으로 지지해주는 그들의 모습이 흐믓하기도 했지만 배울 점이 너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깊고 넓은 사람으로 키워 내는 것은 비단 그 아이의 재능만으로 부족하다는걸 그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아마 그들의 연륜과 사랑의 깊이가 이런 책을 가능케 한 배후의 원동력이 아니겠는가 한다.여성분들에게 꼭 읽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다.특히 딸을 가지신 부모님들이라면 더욱 더...자식의 자유와 행복이 현명한 부모에게서 나온다는 점에서 보자면,훌륭한 윗 어른에게서 한 수 배우는 것이야 말로 언제나 두 손 벌려 환영해야 할 일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