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의 진실 - 작가와 도시: 시드니
피터 케리 지음, 김병화 옮김 / 효형출판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와 도시>라는 기획 시리즈물에 시드니편을 의뢰받은 저자는 17년만에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고향으로 향한다.부커상 2회 수상의 빛나는 전력을 가진 저자가 호주를 취재 하겠다고 나서자 그의 친구들은 긴장한다.생태주의적 좌파라는 그의 성향은 물론 어떻게 글을 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주에 더해서 친구들까지도 도매급으로 신랄하게 까발릴 것이란 것을...

 

그리하여 그를 맞이한 친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다양했다.본인의 이름은 가명으로 해 달라는 친구에서부터 머리 숱을 좀 많이 붙여 달라고 주문을 하는 친구,열성이 너무 지나쳐 따돌림을 받는 친구,만나자 마자 녹음기 찾는다고 몸수색부터 하는 친구등등. 가장 인상적인 친구는 작가가 행복한 호주를 써내지 않을거란 생각으로 일부러 그를 만나지 않으려던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도 결국 작가의 열성에 항복해 자신의 호주를 들려준다.

 

그렇게 작가가 시드니와 친구들을 들 쑤셔대  완성한 이 책 30 days in Sydney : a wildly distorted account (시드니에서의 30일 :심하게 왜곡된 보고서)는 친구들의 기대만큼 호주를 긍정적으로 그리진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무척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책이었다.

토박이의 시선에 잡힌 호주의 모습은 바로 이랬다.

부패한 경찰과 역시 불법에 관대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곳,그 상황에 너나없이 익숙해져 버려서 왠만하면 고쳐질 가능성이 없는 곳.나를 때린 사람을 용서할 아량은 있어도 내가 때린 사람에게 용서를 구할 양심은 없는 곳,세상 어떤 곳을 돌아 보아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은 발견하기는 힘든 곳,척박하면서도 동시에 너무도 풍부한 자원들에 둘러 싸인 곳,그리고 죄수들과 그 후예들에 의해 개척 되었으며 여전히 그 잔재가 남아 있는 곳,엉성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벌려 나가면서도 세간의 평에 꺾이는 법이 없는 곳,거칠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야성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사는 곳 등등...

읽으면서  꽤나 맘이 드는 구절들이 많았는데 물론 이 작가가 글을 잘 쓰는 것도 이유겠으나,무엇보다 그가 그린 인물들이 길들여 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길들여 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아예 길들여 지는 것을 생래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의 나라,호주...그렇게보니 그들의 개성이 호주와 닮아 보이면서 호주의 실체가 손안에 잡히는 듯 했다.

 

부커상 수상자라고 하더니 글을 정말 매력적으로 쓴다.읽으면서 부럽기 짝이 없었다.얇아서 읽기에 부담도 없으니 한번 보심도 좋을 듯...


<밑줄 그은 말들>



 



"이곳 중앙상업지구는 그런 후손을 위한 살아 있는 기념비고,공공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는 엘레트에게 바치는 헌사다.

 

피터 마이어스가 나타나자 얌전하게 노트를 펴고 펜뚜껑을 열였다.나보다 더 열심히 조개무지와 석회석과 유형수의 진흙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대로 걱정스러울 정도가 되는 셰리단이 열정이 내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있다는 최초의 경고였다.그는 차 안쪽에 내가 앉을 자리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이제 내 조사의 본바탕이라고 자기가 이해한 것에 적합하도록 계획을 변경하고 있었다.

 

"왜 여기에 나오셨어요?"

"저 빌어먹을 하구에 있었는데 폭풍이 닥쳐오길래 누군가가 애를 먹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 돌아보려고 나왔어요."

 

"그들은 우리나라 국기라고 씌여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여,굳세게 전진하라>를 불렀다.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많은 거짓말과 오류가 가득 찬 노래이며,진정한 우리 노래도 아니고 한번도 우리 노래였던 적도 없다.진정한 우리 노래라면 양 한 마리를 훔치고 체포 되는니 차라리 자살을 기도한 부랑자에 대한 노래여야 한다.그 노래는 우리의 척박한 땅을 잘못 묘사하지도 않으며 우리가 젊고 자유롭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그것은 우리 가슴의 노래다.그것은 시드니에서 쓰인 것은 아니지만,그 노래의 정신은 우리 발밑에서 흐르고 있고,탱크 개울과 함께 현재 우리가 모여 있는 곳에서 태어났다.<춤추는 마틸다>는 우리가 덧칠해서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은 그런 주형에서 한정될 수 없는 감정을 지닌 사람들의 형태까지도 찍어 내는 주형이다."과거는 한번도 죽은 적이 없다."고 윌리엄 포크너는 썼다.그것은 지나가 버린 것도 아니다.우리에게 자유의 여신상이 없지만 그 누래를 부를 때,그럼으로써 <춤추는 마틸다>속 세계의 주민이 될 때,우리는 온갖 번민과 짓밟힌 자가 된다.그것은 승리의 노래가 아니라 공감의 노래다.그게 우리에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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