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워진 기억을 쫓는 남자
알렉산드르 R. 루리야 지음, 한미선 옮김 / 도솔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한때 명민하고 똑똑했던 자세츠키는 1942년 전쟁에 참전했다가 폭탄 파편에 맞아 뇌를 크게 다친다.뇌 손상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병상 침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게 내 이름인가보다 짐작했을 정도로 그에게 남은 기억이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단지 기억뿐만이 아니다.반쪽만 남은 시야는 끊임없이 흔들렸고,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마저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당황한다.손상당한 언어와 사고 능력을 되돌리기 위해 그는 백지 상태의 머리속을 헤집으며 앞으로 전진한다.전두엽은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그,말하자면 뭔가 잘못 되고 있는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아 쩔쩔 맸던 것이다.과연 그는 뇌손상을 이겨내고 자신의 기억과 언어를 되찾을 수 있을까?
2차대전 당시 독일인이 유태인을 상대로 했던 실험에서 내가 가장 끔찍스러워 하는 것은 바로 유아를 대상으로 했던 언어 실험이다.그들은 인간의 본능에 내재된 언어 충동이 어느정도인가 알아보기 위해 신생아 100명을 인위적으로 엄마에게서 분리해서는 모든 것은 다 갖춰 주되 단지 언어만을 박탈했다고 한다.동정적인 베이비 시터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실험은 강행 되었으며,그 불쌍한 아기들은 그들을 얼러 주거나 다정하게 부르거나 심지어는 자신의 우는 소리에 반응하는 사람 하나 없이 단지 침묵 속에서 양육 되었다고 한다.결과는? 1년은 넘겨 살아남은 아기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인간의 잔인함은 그렇게 우리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 넘는다.
신생아의 죽음을 불러올 정도로 언어를 배우려는 우리의 내재된 충동은 엄청나다.그렇기에 그것을 박탈당했을 시의 충격이 어느정도일지 난 상상이 안 된다.뇌손상을 입어 언어에 대한 기억은 물론 배우는 능력까지 빼앗긴 자세츠키는 하지만 절망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다치기 전에는 너무도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일들에 대한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 나가면서 그는 그 과정을 일지로 남긴다.이 책은 바로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나온 것이다.그렇게 이 책은 뇌를 손상당한 한 사내가 지치지 않은 끈기로 완치의 희망을 향해 나아간 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올리버 색스의 서문과 얇다는 점 뿐이다.
아무리 뇌 손상된 환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그 외 나머지 본문을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는다.그는 기억을 잃었으며 되찾을 길이 없다"는 문장으로 되풀이 도배를 하고 있으면 어쩌란 말이냐.독자들이 어느 정도는 독해 능력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두세번만 알려 줘도 이해 못할 사람은 없었을텐데 말이다.간단히 말해 딱히 내용이랄게 없었다. 고로,뇌에 대한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고 싶었던 나로써는 매우 실망스런 책이었다.왜 이 책이 지금 나온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다지 새롭다 할만한 내용이 없었었데다 그렇다고 수작이라 할만한 책도 아니었으니까.거기다 지루하기까지 했다.
주인공은 끝내 자신의 기억을 다 찾아내지 못한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그의 실패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조금씩 나아가기 위해 그가 얼마나 엄청난 용기로 버텼는지 잘 이해됐기 때문이다.사고로 인해 부서지고 바뀌어진 자신의 세상에 절망하지 않고 기억을 되찾기 위해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전진하던 자세츠키에게 박수를 보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