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의 순도 낮은 짝퉁

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ㅣ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2년전 아이돌 스타를 강도로부터 구해준 덕분에 유명세를 치룬 평범한 택배 회사 전 직원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대학 동창생으로부터 8년만에 만나자는 연락을 받자 의아해 한다.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던 것도 잠시 고민이 많아 보이던 친구는 아오야기가 모종의 음모에 휩쓸려 있으며 자신은 그를 꾀기 위해 투입된 거라고 실토를 한다.무조건 도망가라는 충고와 함께...반신반의하던 아오야기는 곧 총리가 퍼레이드 도중 살해 됐으며 자신이 그의 암살범으로 쫓기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난 안햇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누군가 이미 치밀하게 그가 범임일 수 밖에는 없는 정황을 만들어 놓은 상태,모두들 분개하며 그가 범인이라고 떠드는 가운데 그는 필사의 도망을 시작한다.거리거리가 감시 카메라에 둘러 싸인 도시, 매스컴까지 피 냄새 맡은 상어떼처럼 그를 쫓아다니는 가운데 과연 그는 그를 쫓는 집요한 경찰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인가.무엇보다 그는 어쩌다 총리 암살범이 되어 온 세상의 추척을 받아야 했던 것일까?여기 그의 3일간의 도망 일지가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이게 정말 이사카 코타로의 책인가 의아 했다.그의 전작에서 보여지던 트레이드마크 장치들이 이 책에는 거의 안 보였기 때문이다.라이트급 복서처럼 가볍게 등장해서는 잽을 연타로 탁~탁! 날리고는 잽싸게 사라지던 그의 글 쓰는 스타일마저 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았다.실은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라기 보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 같았다.무척이나 말이 많고,상황 설명이 늘어지는데다,등장 인물들이 말 꼬리를 단서로 추리를 하며,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친다는 주제와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사람들과 누명에서 벗어나기 힘든 체제 고발에,이야기가 장황해지다 결국 짜임새가 느슨해지는등 오히려 미야베 미유키의 특성이라 할 만한 것들이 모두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거기에 코타로의 각 책마다 줄곧 등장하던 개성넘치는 새로운 캐릭터 마저 이 책에선 전무했으니,자동적으로 지루해져 버렸다.코타로가 다른 작가와 차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을 만들어 낸다는데 있었건만, 왜  자신의 주 특기를 살리지 않았을까 안타까웠다.

 

한마디로,재미 없었다.치밀하다기 보다는 조작된 티가 나는 부자연스러운 복선,보이지 않는 거대 세력과 경찰이 평범한 개인에게  힘없이 무너진다는 설정들,헤어져 있던 친구들이 모두 조건없이 나서서 도와 준다는 것 역시 어딘지 유치하고 조잡했다.<1984년>과 <본 아이덴티티>,<다이 하드>나 <J.F.K>등등에서 나온 이야기들과 얼개가 비슷하다고 설명하던데,엄밀하게 따지자면 그것들의 순도 낮은 짝퉁 정도로 보면 적당하지 않는가 한다.완벽한 추리 소설이라든지,지루한 줄 몰랐더라든지,천재적인 구성이라든지,공감가는 줄거리라는 말과는 거리가 많이 있어 보이던 책,지금 나의 희망이라면 작가가 본인의 특기 분야로 come back 해서 빨리 다른 책을 내주시면 좋겠다는 것이다.이 책에 대한 인상이 얼른 휘발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