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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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이 치는 음습한 밤에 한 고급 아파트에서 네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살해된 것이 분명한 세 구와 자살인지 타살인지 구별이 안되는 한 구의 시체,사람들은 십 억대를 호가하는 고급 아파트에서 그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경악한다. 언론에서 난리를 치는 가운데 경찰은 그 시체가 그 집에 임차임으로 고용되었던 버티기꾼이었다는 사실을 밝혀 낸다.버티기 꾼이란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 갔을 때 한푼이라도 더 받아내려  매도인이 경낙인 몰래 가짜로 임차 계약서를 만들어 거주하게 한 사람들을 말한다. 경낙인 입장에선 임차인을 내쫓을 방법이 없어 결국 궁여지책으로 돈을 더 집어 주게 될거란 점을 악용한 것,마침 그 날 밤에 아파트에서 피를 흘리며 도망친 중년의 남자가 경락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자연스레 그에게 혐의점을 두게 된다.하지만 그는 사라져 행방이 묘연한 채 사건의 전말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던 어느 날 ,한 여관 집 딸이 경찰서에 달려와서 도망 중인 그 경낙인이 자기 여관에 투숙하고 있다고 신고를 한다. 그 아저씨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면서...정녕 그는 범인이 아닌 것일까? 그가 죽이지 않았다면 왜 그는 일부러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난 것일까? 과연 그들을 죽인 자는 누구인가?

 

바벨탑을 연상 시키는 고급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와 연관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화려하고 삐까번쩍하나 실은 고립되고 인간다운 살가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호화 아파트란  공간을 배경으로 ,한 아파트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었다.사람들의 욕망과 이기심,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결국 파국을 불러 일으키는 과정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사실적이여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취재해 쓴 르뽀인가 의심될 정도였다.<In cold blood>의 카포티 처럼 말이다.그런 설명이 없는걸 보면 결국 상상력 하나로 그려냈다는 건데, 만만찮은 두께의 책을 무리없이 소화해 썼구나 싶었다.등장인물들의 성격에 대한 모순 없는 묘사,사람들의 갈등을 탁월하게 풀어내던 구성력,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 있는 시선과  탄탄하기 그지 없던 묘사력으로 긴장을 늦추는 법 없이 끝까지 자신의 할말을 다 하던 꽤 잘 된 추리 소설이었다.그녀의 책 중에서 가장 잘 쓴 작품이지 않는가 싶다.물론 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서 말이지만.

굳이 단점을 꼽자면 말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다.말 못하다 죽은 귀신이 들렸나...잘 쓰지 못했다면 읽기 싫어질 정도의 두께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거야 좋은 일이긴 하지만서도,좀 더 문장을 압축하고 다듬는다면 더 쌈박하게 읽히지 않겠나 싶었다.하지만 뭐,작가의 스타일이 그렇다면 어쩌겠는가?독자가 적응하는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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