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독 흰 고독
라인홀트 메스너 지음, 김영도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78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메스너가 2달 후 낭가파르바트의 단독 등정에 나섰을 때의 상황과 심정을 그린 책이다.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만으로도 기가 질리는데,에레베스트보다  낮다곤 하지만 더 거대하고 오르기 힘들다는 낭가파르바트의 단독등정이라니...미친 사람 아니냐는 소릴 안 들었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나 역시도 이 사람 이거 단단히 미쳤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재밌는것은 본인 자신도 그렇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일을 실제로 해낼 계획을 세우다니...하지만 동생을 그 산에 잃은 뒤 8년,감정적인 면에서건 이성적인 면에서건 그는 그 산에 올라야 했다고 말한다.

 

8000미터의 급의 산을 오르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장비나 인력적인 면에서 어마어마한 뒷받침이 되어야만 실현 가능한 것이다.그렇다고 경제적,인적인 뒷받침만 있으면 저절로 정상 정복이 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실제로 낭가파르바트 산의 정복사를 읽어 보면 낭비가 심한 투자란 것이 간단하게 셈해질 정도로 죽어나간 사람들 투성이라는 걸 알게 되실 것이다.

하지만  메스너는 틀에 매이는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시대의 혁신을 가져오는 다른 개혁과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불가능을 꿈꾼다.그는 생각한다.이렇게 투자를 많이 해서 산을 오른다는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하고.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진정한 알피니스트라면 혼자의 힘으로,산을 오르는 능력과 판단력,본능만으로 산을 올라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남의 도움을 받아 올라가는건 사기란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하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으니 다른 이들과 함께 올랐던 것이 아니겠는가.여기에 메스너는 한발 더 나아간다.몽상가가 아니었던 그는 도전에 나선다.단독등정을 위해 낭가파르바트를 찾은 것이다.그를 이해하는 사람?아무도 없다. 그 역시 이해 시키길 포기했다.본인마저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 남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앞으로 나가는 수밖엔...다행히 살아 돌아온 그는 그 당시의 상황을 책으로 낸다.언젠가는 그 자신이 이해 되기를 바라면서.그는 자신이 신화로 남기를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그걸 허용하기엔 너무도 현실적이고 솔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책이 나올 당시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그가 말한 것들이 가감없는 그의 진실이라는 걸 알기란 좀 힘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본인이 계란으로 바위 깨는 심정으로 설명하는걸 보자니 충분히 짐작이 된다. 하지만 메스너의 그런 부단한 노력 덕에 지금은 어느정도 알피니스트들에 대한 이해가 되어지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가 고독을 위해 찾아 갔다는 낭가바르파트,흥미로웠던 장면은 오르는 동안 누군가 자신에게 줄곧 말을 걸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희박한 공기가 만들어 낸 환상이었는지,아님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영적인 존재를 만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그리고 그가 홀로 산에 올라간 후 남아 있던 동료가 망원경으로 쳐다 보면서 그려냈다는 꿰적은 얼마나 다정하던지...그림 속에 걱정과 성공을 비는 마음,불안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들과 당시의 절박함이 느껴져 오랫동안 바라 보았다.한 경이로운 산악인의 산 정복기,인간의 극단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호기심 삼아 보심도 좋을 듯하다.하지만 거대하고 정교한 감동을 원하신다면 <희박한 공기속으로>가 더 낫지 않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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