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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2 - 세계의 와인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권을 펼치자마자 1권의 내용 중 생각나는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비록 1편의 리뷰를 쓰면서 휘발성이 강하다고 썼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조금은 남아 있겠지 했는데 그대로 현실이 되버린것이다. 그리하야 1권에서 배운거죠?라는 교수님의 말에 아는 척 고개를 끄떡이며 눈치껏 때려 잡으며 본 책이 되겠다.객관식 세대의 장점이 바로 이런거라니까,라고 나름 자화자찬해가면서...
이원복 교수님의 와인의 세계를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연작의 두 번째 편이다.첫째 권에서 와인의 종류와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포도 품종에 따라 어떤 와인이 생산되는지에 대해 설명하셨다면 이 책은 세계의 와인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세계 와인의 스탠다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프랑스 와인에서 시작,이탈리아,스폐인,포르투갈,독일등 유럽 와인을 한차례 순시하시더니,곧바로 신대륙 와인으로 넘어가 미국,남아메리카,호주 ,뉴질랜드,남아공 와인에 대한 설명에 이어,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 같아 보이는 <와인에는정답이 없다.>라는 장으로 끝 마치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렇게 와 닿을 줄은 몰랐다.와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읽어도 건져지는 정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이 와인 문외한의 눈에 들어와 기억에 남은 몇가지 정보를 나열해 보자면...
1.와인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그러니까 와인을 말할 때 등장하는 "일설에 의하면"은 대충 무시해도 좋다고 저자는 말한다.특히 레드 와인이 장수에 좋다는 말이 와인 회사의 사주로 이뤄진 조작된 통계란 말은 처음 듣는 소리라 흥미로웠다.윈스턴 처칠이 "당신 스스로가 조작한 통계가 아니라면 어떤 통계도 믿지마라!"라고 일갈을 했다던데,정말로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육류에는 레드와인,생선에는 화이트 와인이라는 것도 잘못된 정보이며 나오는 소스에 따라 그때 그때 선택해 주는 것이 맞다고 한다.비싼 와인일 수록 맛있다는 말도 가격 대비 품질 우수한 와인이 있고,개인의 취향도 고려한다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2.와인 수출국 1위는--놀랍게도 이탈리아다.
3.열량이 높은 와인은 달콤한 와인이 아니라 알콜 도수가 높은 와인이다.
4.우리나라에 수입되어 들어오는 와인은 싼 것이 없다고 한다.싼 것은 이익이 안 남아 안 들여 온다고...아쉬운 일이다.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와인 미각을 제대로 배우는데는 적당한 토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서도.
5. 몇년전 대박 상품으로 우리나라에서 난리 버거지가 났던 겉절이 와인 보졸레는 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다.
6.전문가도 세계의 와인의 맛을 다 맛보고 기억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만화속에서 향기만으로 연도까지 기억해 내는 장면들은 가짜라는 것이다. 그러니 와인을 마실 때 명심해야 하는 사항은 바로 "아는 척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이란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이 원복님이 이 책을 쓴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유럽 문화에 대해 환상 없는 현실적인 태도,무지는 곤란한 것이지 창피한 것이 아니라는 합리성,무게중심이 확고해서 허영에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 덕분에 알차고 필요한 정보만 골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언젠가 일본 작가의 프랑스 와인 시음기를 본 적이 있다.마르셀 푸르스트도 울고 갈 정도의 장황하기 그지없는 찬사가 몇 문단에 걸쳐 이어지던데 읽고 나서 어찌나 허무하던지.뭐야 뭐야...와인 하나에 이렇게 호들갑 떨어야 해?하면서... 이원복님이 그렇게 호들갑 떨 생각이 없으시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갑자기 우리나라 남성들의 무뚝뚝함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