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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죽어가는 사람에게 험한 소리를 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하고 있다.죽음과 싸우고 있다니 안타깝고 안스럽기는 하지만 그완 별개로 책은 별로다라는 말을 하려니 입이 왠만해서는 안 떨어진다.하지만 그것이 진실인걸 어쩌겠는가. 좋은 글들이긴 했지만 쌈박하게 인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던게 내 느낌이었다.진부하고 식상한 소재에다 남들이 하지 못한 특별난 말을 한게 아니니 나로써는 당연한 평가일 것이다.거기에 저자가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라 은근쓸쩍 자화자찬으로--다시 말하면 자신은 굉장히 멋진 사람이었다는 내용으로 --책을 도배하는걸 보니 죽음도 성격의 벽을 뛰어 넘지는 못하는구나 싶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낸 책들 중에서 평가를 해보자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더 진솔하니 감동적이었고,<인생이 내게 준 선물>이 이 사람보다는 더 머리가 좋고 사리 판단이 적확하며 겸허했다.인간적인 면에서 보면 랜디 포시는 완벽했다기 보단 완성되어 가는 과정 도중으로 보였다. 그가 아무리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시간이 벌어주는 지혜란 것이 있으니까.그의 아이들이 아직 어린걸 생각하면 그가 배웠을 것들이 앞으로 얼마나 많았을런지 안타깝다.그가 칠순을 바라보며 글을 쓴다면 어떤 책이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나저나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한다는 랜디포시가 왜 마지막 생을 조용히 가족들과 보내기 보다는 유명해지는데 시간을 낭비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이처럼 동네방네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시간을 보내는니 아이들과 한순간이라도 더 보내는게 좋을 성 싶던데...그냥 조용히 죽어 주기에는 너무 억울했던 것일까. 하긴 머리 좋고, 성실하며 지조 있게 나름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던 사람이었으니 자신의 일생이 그저 무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저항하고 싶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허무했겠지...남자들은 자살을 할때도 이왕이면 돋보이게 하려 노력한다고 하는 말이 기억난다. 이왕 죽는 마당에 나 이렇게 죽는다고 화려하게 광고하면 죽고 싶어 한다는 말,그 말을 생각나게 하던 책이었다. 절대로 호락호락 죽음에게 길을 내주고 싶어하지 않던 사람의 마지막 강의,감동적이고 많은 부분 공감이 갔지만 일회성이고 휘발성이 강했다.취향이 아니라면 굳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