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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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난데없이 서울 변두리 옥탑 방에 살고 있는 가난한 고딩이 완득이가 교회에서 기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똥주한테 헌금 얼마나 받아먹으셨어요.나도 나중에 돈 벌면 그만큼 낸다니까요.그러니까 제발 똥주 좀 죽여주셔요.벼락 맞아 죽게 하던가,자동차에 치여 죽게 하던가...이번 주에 안 죽여주면 나 또 옵니다.거룩하고 전능하신 하나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아멘."

 

아마도 완득이의 '또 오겠다'는 협박이 하나님에게 통하지 않은 모양이다.똥주는 다음 주에도 그 다음 주에도 여전히 건재한 채 새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완득이를 괴롭혔으니까.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똥주란 사람이 엄청나게 나쁜 사람인가보다 생각되실텐데..그럼,어디 견적 한번 내 볼까나?

 1.똥주완득이 옆집에 사는 이웃으로 아쉬울 때마다 후딱하면 완득이를 불러 제끼는 바람에 완득이로 하여금 넌덜머리를 내게 하는 사람이다.성경을 들고 다니면서 전도사라고 구라를 까기도 하는데 그가 다니는 교회는 사이비라고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2.새끼야,라는 말을 달고 살며 평상시 보다 흥분 했을 때는 새까라고 줄여 발음한다.

3.기초수급자 용으로 나온 완득이햇반을 강제로 나눠(?) 먹는다.

4.시도 때도 없이 완득이의 일상에 등장해 어긋장을 원투쓰리로 날려대며 완득이를 참패시킨다.

5.무엇보다 똥주완득이의 학교 담임 선생님이다!

 

하긴 저 정도 견적이면 나라도 교회가서 기도하고 싶을 것 같긴 하다.하지만 어쩌나...알고 보니 그 교회마저 똥주 소유라네...예전에 교회 건물이었던 곳을 똥주가 사서 외국 노동자들의 임시 거처로 쓰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어째 아무리 빌어도 효험이 없더니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하나님이 안 죽여 주는 이 똥주라는 선생, 점차 귀여운 짓도 하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게 아닌가?그렇게  하나님의 능력이 별 볼일 없어 다행일 수도 있다는걸 알아가는 완득이가 난쟁이 아버지와 열 일곱이 되어서야 아들을 찾아온 베트남 엄마,킥복싱을 하는 완득이메니저를 자처하는 여자친구사이에서 성장을 위한 아름다운 사투를 벌여 나간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감동적이고 대체로 훈훈했던 소설로 말투야 거칠지만 내용만은 건전했으니 혹 조폭 소설인갑다 오해하시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만화처럼 읽히는 성장소설로 군더더기 없이 잘 썼다. 개성있고 현실성 있는 등장 인물들과 콕콕 박혀 있던 유머,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 덕에 재밌게 읽을 수 있었는데 ,쉽게 말하자면 고문성 책은 전혀 아니었단 뜻이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자연스러워 쉽게 상상이 되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중 무뚝뚝한 듯 보이면서도 정이 많은 완득이완득이가 그렇게도 미워하는 똥주(선생님 이름이 이 동주임)같은 경우는 캐릭터 설정에 완벽하게 성공한 듯 보였다.실재하는 사람을 보는 듯 친숙하기 이를데 없었으니까.책을 읽다보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선생님 생각이 났다.내게도 중학교 시절 이 책에 나오는 똥주처럼 우리를 향해 "새꺄!"라는 말을 줄창 날리시던 선생님 한분이 계셨다.내 평생 먹은 욕의 대부분이 그 시절에 집중되어 있는것도 다 그 선생님 덕분인데, 그분과 성격이나 말투가 비슷한 똥주를 보니 망각속에 잠자고 있던 추억이 스윽하고 떠올랐다.아이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시고 입이 거칠다 못해 걸었던 선생님,무심한 듯 가장하셨지만 아이들을 위해 일침을 아끼지 않으셨던 개성 넘치던 분이셨다.당시에도 파격적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파격적인 그 분의 출현에 당시 내가 얼마나 감사하고 좋아했던가 완득이를 보면서 되돌아보게 됐다.이젠 아마도 이런 선생님이 드물겠지 싶어 약간은 우쭐한 기분도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울한 생각도 든다.

이 세상의 모든 똥주 선생님과 그들에 대한 애정을 똥주라고 부르는 것으로 표현하는 모든 완득이들에게 박수를 보내 보내면서 리뷰를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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