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이민진 지음, 이옥용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한인 이민 2세대 케이시 한은 백수라는 이유로 아버지와 싸운 뒤 집에서 쫓겨 난다.엎친데 덮친격으로 백인인 애인의 집에 가보니 그는 다른 여자랑 놀아나고 있는게 아닌가.머물 집도 없지,빈털털이지,직장도 없지,애인은 배신 때렸지..학벌은 빵빵하지만 갈 곳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케이시는 암담해진다.우연히 동창생 앨라 심을 만난 케이시는 절박한 마음에 자존심을 죽이고 앨라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기로 한다.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하버드 출신 애널리스트 테드 김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앨라는 약혼자를 못마땅해 하는 아버지 생각에 심난해 하고,테드 김이 거만한 이기주의자일 뿐이란 걸 직감한 케이시는 그 결혼에 불길함을 느낀다.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케이시의 멘토 사빈나는 케이시의 잠재력을 높이 사 그녀를 도와 주려 하지만, 케이시는 사빈나의 간섭을 어느선까지 받아 들여야 하나 고민하는데...

성공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이민 1세대들과 그들의 희생을 밟고 성장한 2세대들이 한국적인 정서와 미국적 가치,이상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망라적으로 그린 소설이다.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과 신화속에 가려진 한인 이민 사회의 실제 모습을 보여 준다고나 할까.살아 남는 다는 것,더 나아가 성공 하는 것,주류 사회로 편입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버린 사람들 속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은 사치일뿐이다.사랑? 사랑은 무슨 얼어죽을  놈의 사랑인가? 감상에 빠지는 것은 순진하다는 증거이고,순진하면 낙오되거나 도태 되기 마련이다. 주님을 열심히 부르짖으면서도 불륜을 저지르는 교인들은 사랑 =섹스라는 공식을 비웃고,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 없이 변호사나 의사가 되어야만 하는 자식들은 어떤 길이 옳은 길인가 끊임없이 고민한다. 자식을 때리는 남편이나 그걸 말리지 못하는 아내, 명문대생임에도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하는 딸은 가족이라고 하기엔 너무 먼 당신들일 뿐이고,삐까번쩍한 성공을 위해서 기꺼이 개자식이 될 자세가 되어 있는 증권 투자가는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있다는 것조차 부인한다.창녀나 팔려온 신부로 취급받지 않으려면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하는 아시아계 여자들과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중독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지갑이 비었어도 생활 수준만은 공주급인 젊은 여성,결혼은 비지니스일뿐이라는 현실을 들려주는 갑부의 아내까지...현실에서 그대로 소설 속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모습이 다이나믹하게 펼쳐지고 있었다.읽다보니 몇년 전 이민 간 친구가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플래시백처럼 떠오르던데,이 소설과 어찌나 비슷하던지 이민 사회의 총제적인 그림을 보는 듯 아귀가 딱딱 맞는게 신기했다.

 빈틈없이 영리한 작가의 책이다. 예리한 관찰력에 통찰력,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회를 객관적으로 꿰뚫어 보던 넓은 시야,가식을 싫어하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성격,환상을 깨부시던 논리력에다 인물의 내면을 투시하는 이해력에,현실을 직시하는 지성과 인종이나 성을 떠나 공정하게 세상을 보려는 균형 감각,그리고 골고루 갖춘 다방면의 지식까지..(거의) 완벽했다.드라마처럼 빠른 전개로 지루하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거기에 남보기 그럴 듯한 성공이냐 아니면 자신의 정체성이냐를 놓고 끊임 없이 저울질을 하던 주인공의 혼란스런 내면과 고통을 어찌나 치열하고 실감 나게 그려내던지 실제 작가의 삶을 그린게 아닐까 추측 될 정도였다.

부모 세대들의 고통과 환상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기대에 짓눌리기를 거부한 채 자신의 사랑과 행복,정체성을 찾아 투쟁하는 이민 2세대들의 모습은 멋지고 대견했다.그래,그래야지.자식 세대들이 부모들 보다는 한발 나아가야 되지 않겠는가.그래야 부모 세대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성공이라는 단순 잣대를 가지고 총론만 되풀이 하는 것은 부모 세대만으로 충분하다.지긋지긋한 총론의 반복에서 벗어나 각론으로 나아가던 그들의 모습을 보자니 뿌듯하기 그지없었다.영리하게도 부모 세대를 훌쩍 뛰어 넘어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던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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