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의 샌프란시스코
에릭 메이슬 지음, 김강희 옮김 / 북노마드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40년을 작가로 그리고 작가를 양성하는 선생님으로 살아온 저자가 작가가 되려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충고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살면서 느꼈던 단상들을 모은 에세이집이다.샌프란시스코에선 어떻게 작가가 만들어질까?생각해 본적 없었는데 이 작가 말에 의하면 샌프란시스코야말로 작가에겐 안성맞춤 도시란다.도시의 감성이 당신의 잠재력을 일깨울 거라나?글쎄,확인이 불가능한 말이지만,설득력있게 들려 왔다는건 부인 못하겠다.

작가는 자신을 도시에 사는 보헤미안이라고 소개한다.그런 그가 사랑해 마지 않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글을 끄적이고,사람을 만나고,영감을 얻고,건물을 둘러보며 감탄하고,아이들을 키우면서 황홀해 했던 순간들이 작가의 성품대로 차분하고 과장이나 가식없이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마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비판 의식이나 유머 감각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고.거기에 창작 선생님 아니랄까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아,작가가 된다는 것이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많은 수고와 재능이 필요한 일이란 걸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대문호가 될 만큼 대단한 작가는 아닐지 몰라도,글을 잘 쓰는 작가임엔 분명했다.어깨에 힘 쫙 뺀 편안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나도 35년간 매일매일 글을 쓴다면 이런 욕심없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부러웠다.물론 마냥 사랑스런 시선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지켜 보는 모습도 부럽긴 마찬가지 였지만...

 

--" 나는 거트루드와 앨리스에 대한 진실을 모른다.내가 아는 것은 작가라는 자체가 명예 훈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훈장을 명예롭게 달지 않는 한 말이다.좋은 문장을 만드는 능력은 그 자체로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니다.그러한 능력은 단지 하나의 기술과 지성의 발현,또는 미에 대한 인식 능력일 뿐이다.나치 신봉자들도 훌륭한 연설문을 써서 뛰어난 웅변가임을 보여 주기도 했으며,네로 같은 폭군도 음악 애호가였다.글을 잘 쓴다는 이유만으로 작가로 인정할 수는 없다.거기에는 선량함이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그냥 예술가일 뿐 휴머니스트라고 할 수는 없다.--(본문 94쪽)

 

거트루드에 대한 작가의 비난에 동감한다.작가란 단지 글을 잘 쓰는 사람에 그쳐서는 안된다.어떤 재능이건 올바르게 쓰여질 시 빛이 나는 법이다.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사람들을 오도하고 현혹시킨다면 그건 자신의 오만과 허영을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그것이 어린 아이의 자기 과시와 다를게 뭐가 있겠는가?보다 성숙한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그렇게 여러가지 면에서 작가의 견해에 공감하게 되던 수필집이다.읽기에 부담이 없는것 또한 장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