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1.5평 청춘기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올들어 일본소설을 많이 보고 있는데,이렇게 정신없이 크하하하 웃으며 본 책은 이게 처음이다.세상에,일본 작가들중 이렇게 탁월한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이 있었단 말이야? 기가 팍 죽었다.한없이 어리버리해보이는 작가에 대충 청춘소설 표방한 책인줄로만 알았더만 ,이렇게 잘 쓰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아,이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이었으면 무지하게 자랑스러워 했을텐데...어쨌거나 정신없이 웃게 해줬다는 이유로 나의 완소책 목록에 당장 등극해버린 책이 되겠다.요즘 같이 심각한 시대에 무장해제한 채 웃게 된다는게 보통 예사로운 일이여야지.그러니 웃고 잡다시는 분은 기억해두시라,이 책,와세다 한평 반.물론 별로 웃고 잡지 않다시는 분도 유머감각 시험할 겸,또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의 기행을 보면서 난 그래도 정상적으로 살고 있구나 우월감도 느끼실 겸,그리고 무엇보다 일본 사람들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인간이구나 깨닫게 되실 겸 읽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알고보면 이 책 꽤 영양가 있다니까.

참고로,난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이후--표절 부분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다.--일본 사회를 색안경 끼고 봤었다.당시로선 충격적으로 들려 왔던 원조 교제만 해도 그렇다.어린 소녀들은 물론이고 자녀들에게 무심한 부모들을 보면서 정말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었다.대충 상식적인 생각과 정상적인 생활이란 개념이 없는 사람들인줄로만 알았다니까.그런데 일본 소설들을 보니 그들도 우리랑 별로 다르지 않지 뭔가,하긴 그럼 그렇지...어디 사람사는 곳이 별다를리 있겠는가? 오히려 그곳은 완전 기괴하다거나 천국 같다거나 한다면 그게 잘못 본 것이겠지.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는건, 일본 사람들은 모두 생래적으로 나쁘다라는 이분법적인 선악구도로 일본을 바라보지 않게 되서 다행이란 것이다.결국 그걸 소설을 통해 알게 됐으니 작가의 힘이란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니까.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작가들이 많이 나와줬음 하고 바라본다.

 

<줄거리>회사에 취직할 생각은 안하고 세계 오지를 떠돌고 다니고 있던 이십대의 다카노는 와세다 학교 앞 노노무라 하숙집에 방이 비었다는 말에 냉큼 입주를 한다.일본에선 보기 힘들다는 한평 반짜리 방에 거저 살다시피한 월세! 봉 잡은 듯 기뻐하던 그는 곧 노노무라 자취생들의 면면이 자신만큼이나 별나단 사실을 알게 된다.허섭스런 잣대를 정의의 이름으로 들이대며 응징을 가해대는 10년내리 사법 고시생에, 짠돌이 왕소금이라 불리면서 내 돈이나 남의 돈이나 낭비되는걸 못 참아 하는 구두쇠,딱한 처지의 사람은 못보고 지나치는 인정많은 의리파 쥔장 아줌마,거기에 자취방에 누워 와세다 대학이 보인다는 점만으로 출석을 대신했다고 생각하는 다카노까지...기발하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의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었다.거기다 와세다 탐험대의 부원들까지 합세를 하니,왠만한 별종들도 이 책엔 명함도 못 내밀지 않을까 싶다.하마단 워터 보이즈를 결성해 수영대회에 나갔다 참패한 사건이나 아줌마와의 따스한 우정,노노무라 자취생들끼리 알력 다툼등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았다.남들은 어떻게 그 코딱지 만한 곳에서 사냐는 놀림에도 꿋꿋히 그곳을 지켰던 다카노는 결국 사랑의 마법에 걸려 그곳에서 나온다.책을 읽는 나마저도 서운해질 정도로 정이 든 노노무라였지만,마지막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는 그를 보자니 그곳에서 계속 살아달라는 말을 하기 힘들었다.그래,다카노.난 알고 있었어.20대를 그렇게 열심히 보낸 사람이니 지나간 청춘 역시 멋지게 보낼 거란 것을.물론 미심쩍은 부분도 있긴 했지만서도.어쨌거나 네가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흐믓하던지.그렇게 앞으로 GO,GO,GO 하그래이.이런 재미난 책도 많이 써주고.내 기대하고 있을끼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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