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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향하여
존 버거 지음, 이윤기 옮김 / 해냄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줄거리>아내가 고국으로 돌아가 돌아오지 않자 딸 니농을 애지중지 키운 철도원 쟝은 24살의 딸이 에이즈에 걸리자 절망한다.니농을 사랑하는 지노는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나서고,니농은 지노를 위해 떠나라고 애원하다 그의 청혼을 받아 들인다.지노의 아버지는 지노를 위해 니농을 죽이려 하지만 막상 그녀를 만나고는 결혼을 허락한다.그녀가 인간 쓰레기가 아니라 따뜻한 정이 흐르는 친절한 아가씨임을 알아 봤던 것이다.단지 그녀는 운이 나빴을 뿐이다.어린 딸을 떼어놓고 자신의 삶을 찾아 갔던 엄마 제니는 딸의 결혼식으로 향하는 마음이 좋지 못하다.축복해야 마땅한 결혼식에 그처럼 마음이 무겁고 아플거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그렇게 둘의 결혼식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심정들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는 소설이다.
오래 전 도무지 지루해서 다 읽지 못하고 넘긴 책을 이제 다시 집어 들었다.혹시나 그 사이 내 시야가 넓어져서 다르게 읽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역시 세월은 그냥 지나가는게 아닌가 보다.그땐 한장도 넘기지 못한 것에 비하면 지금은 술술 읽힌다.아름다운 문장과 존 버거 특유의 서정적이고 그림을 보는 듯 간결한 묘사 역시 눈에 익숙하게 들어 왔다.하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이 윤기 님의 찬사에도 불구하고,여전히 맘에 쏙 와 닿지는 않았다.에이즈라는 현대판 흑사병을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태도가 그려지고 있는데,이 책이 쓰여진 것이 90년대 말이라는걸 생각하면 이젠 좀 시대에 뒤쳐지지 않나 싶다.아프리카에선 여전히 창궐중이라는 에이즈,아프리카인들은 에이즈때문에 멸종할거란 말을 들었다.과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감이 잡힌다.이 책에 나오는 여주인공 니농은 운 나쁘게 한번의 섹스로 에이즈에 감염된다.그리고 사람들에게 흑사병환자,쓰레기,창녀 취급을 받는다.자신의 불운에 분노하기도 머리가 빠개질 판에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 다시 한번 상처를 받는 니농,그녀의 상처가 주위 사람들의 사랑으로 다독여 지는 걸 보는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그런데,아직까지 그런 이유를 대고 에이즈 환자를 천대하는 사람이 있을까?섬뜩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