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줄거리>사막에서 사냥을 하던 모스는 우연히 즐비한 시체들 사이에서 2백만 달러를 발견한다.피 묻은 돈이 어떤 재앙을 가져 올지 짐작하지 못한 채 일단 돈을 들고 튀는 모스,그의 결정은 돈가방을 쫓는 희대의 살인마 안톤 시거를 불러 들인다.마치 악마의 체취를 풍기기라도 하듯 지나가는 곳마다 순식간에 시체를 양산해 내는 안톤,그가 남긴 시체들을 보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보안관 벨조차 기가 질린다.벨은 모스에게 돈을 포기하고 목숨만은 구하라고 충고하나 모스는 자신도 쉽게 당할 놈은 아니라면서 대결에 나선다.

<살인자,원칙의 사나이>안톤 시거는 원칙의 사나이,살인을 하는데 있어 그의 사전에 타협이란 없다.마치 사신처럼 사람들의 생사박탈권을 동전으로 정하는 그를 향해 사람들은 늘 이렇게 외친다." 꼭 이렇게 해야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라고...살인은 필요에 의해 하는게 아냐,원칙에 입각해 하는 것이지,라고 차분하게 설명해주는 안톤을 보면서 피해자들은 절망한다.다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그에게 대항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하겠는가?

<도망자>얼떨결에 돈을 주웠다가 이 소동의 한가운데로 떨어지게 된 사나이, 모스.결국 그의 욕심은 주위의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몰락 역시 가져온다.하지만 눈먼 돈에 눈이 멀어버린 그를 그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지극히 인간적인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은 비단 나만이 아닐 거라 생각된다.무지막지한 안톤에게 쫓기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를 보자니 가엾기까지했다.

<지친자,보안관 벨>마약과 돈이 사람들을 망쳐간다면서 나날이 도를 더하는 인간의 잔혹성에 학을 떼는 보안관 벨,안톤이 벌인 살인을 조사하면서 그는 자신이 이젠 그런 악을 상대하긴 늙고 지쳤다고 생각한다.악에 진절머리가 날때마다 그는 현명하고 사려깊은 아내를 생각하면서 힘을 내는데...


30년대 미국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가장 큰 애로사항이 무엇이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떠들기,복도에서 뛰어 다니기 였다고 한다.40년 후 같은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방화,강간,살인,마약,자살순으로 대답이 돌아 왔단다.소름 끼치는 현실이다.그런 현실을 반영하듯,소설은 자기 입으로 영혼이 없다고 나불대던 소년이 사형되던 날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그런 인간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난감해 하면서 벨은 그보다 더 무지막지한 진정한 파괴의 예언자가 아직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고 한숨을 내 쉰다.그는 다름 아닌 연쇄 살인범,안톤 시거.그와 대적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벨은 너무 잘 안다.하지만 그는 다신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왜냐면 이미 한번 목숨을 걸어 봤던데다,늙고 지쳤다.악을 잡는 것은 고사하고 악행을 읽는 것조차 버겁다.그렇게 가속도로 망해가는 세상에 대한 벨의 한탄과 고발,그리고 인간에 대한 통찰이 시작되면 우리는 서서히 두려움에 떨게 된다.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가?희망은 정녕 찾아볼 수 없을 것인가?

 영화를 봤음에도 원작이 어떤지 궁금해서 봤다.영화가 원작에 얼마나 충실하던지 오히려 소설이 영화보고 베낀 것처럼 생각되질 정도다.결국 영화와 똑같은 줄거리에 분위기 였지만 그럼에도 책 역시 볼만했다.영화에선 미쳐 넣지 못한 벨 보안관의 묵직한 나레이션들이 이야기의 주제를  한층 더 명확하게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라는 멋진 시로 시작하는 소설(이 책의 제목은 그 시에서 따온 구절이다.),혈기 넘치고 찰나적이며 쾌락에 절은 젊은 이들이 이렇게 난봉꾼처럼 설쳐대는 세상이 계속된다면 현명하고 사려깊은 선한 자들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겠는가 저절로 고민이 된다.그렇다면 과연 미래란 암담할 뿐일까?그다지 밝아 보이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그럼에도 작가가 끈질기게 매달리는 것들이 있었으니,그것은 바로 사랑과 지혜,종말같은 혼란이 온다고 해도 우리가 기대고 믿을 만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희망은 사라지지 않을거라는 작가의 신념을 진지하게 되새기게 만들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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