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꽃을 피우는 방법

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5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기타무라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대학생활을 같이 하게 된 친구 다섯을 만나게 된다.천하무적 만사태평인 날라이 바람둥이 도리이,도도하지만 알고보면 속깊고 지조있는 미녀 도도,소심한 듯 보이지만 다사로운 성격의 가공할 초능력의 소유자 미나미,그리고 생각나는대로 지껄이고 행동하는 못말리는 개똥 철학자 니시지마등 다섯 명은 중국어와 확률을 공부하기 위해,즉 마작을 하기 위해 모이면서 우정을 다지게 된다.그러던 중 인생을 즐겨라라는 삶의 스타일을 가진 도리이가 도둑을 잡겠다고 나섰다가 왼팔이 절단되자 다른 친구들은 범인을 잡겠다고 분기탱천하나 범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오리무중인데...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사막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괴짜 니시지마의 단언대로 사막의 알갱이 같았던 친구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며 부대끼다 그들 자신이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책이다.대학생활을 마감하면서 각자 사랑과 행복과 직장을 찾는 것으로 끝을 맺는데,현실감이 있건 없건간에 맘에 드는 해피엔딩이었다.게다가 받은 것도 없는데 정이 새록새록 가는 주인공들,이런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는 코타로 이 사람,재주도 좋다니까.그 특유의 엉뚱함과 생뚱함,멍청한 듯 보이면서도 할말 다하는 의뭉스러움과 사건을 무리없이 전개해가는 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어 시종 유쾌했다.그가 냉소적인 어조로 말하던 잘 팔리는 소설의 조건=유머,가벼움,지적인 내용,유려한 필체에 알맹이 없는...에 비하면,그의 소설은 유머,가벼움,그러나 가볍지 않은 내용,가끔 지적임,대개 엉뚱함,둔한 듯 예리한 필체에 알맹이 있는 내용과 개성있고 공감가는 등장인물,그리고 사람간의 정과 정의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재밌다.속도감있게 쓰여져서 지루할 새가 없으며 그들의 주로 하는 장기인 마작과 볼링이란 소재 역시 신선했다. 단,동급생에게도 꼬박꼬박 경어를 쓰는 일본 말투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던데,우리나라에 맞게 고쳤다면 더 실감나게 읽히지 않았을까 싶었다.그런데 그렇게 하면 번역이 아니라 반역이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