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
케이트 제이콥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대산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금요일 밤마다 여자들이 모여 뜨개질을 하면서 수다도 떨고 쿠키를 먹는다?와,근사하겠다했다.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황금같은 금요일에 갈만한 곳이 수예점뿐이라면,슬쩍 견적을 내 봐도 그들이 사연 있는 대충 비참한 사람들일거라는 걸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그렇다면! 이 "금요일 밤의 뜨개질 클럽"에는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일까?

 

금요일 클럽의 정규 멤버는 다음과 같다.<워커 수예점>의 사장 조지아는 10대 딸을 키우는 미혼모다.임신한 채 남자친구에게 버림을 받은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의지하는 대신 자신과 딸의 운명을 개척하기로 결심을 한 이래 오늘에 이르렀다.커피점 아르바이트부터 시작,이제 잘 나가는 수예점 사장이지만 아직도 그녀의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그녀의 딸인 다코타는 자신을 제빵의 천재라고 생각하는 당돌한 소녀로 뜨개질 클럽의 공식 쿠키 조달자다.모두의 사랑속에 구김살 없이 자랐지만 이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반항을 시작한다.조지아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다코타에겐 할머니 같은 존재인 애니타는 10년전 남편을 잃은 뒤 상실감을 극복 못한 미망인이고,40대에 접어든 프로듀서 루시는 늦기 전에 아이가 갖고 싶어 일부러 임신을 한다.출판사에 근무하는  K.C는 직장을 때려 치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고민이며,유명한 가방 디자이너가 되는게 꿈인 페리는 자신의 꿈을 어떻게 펼쳐 나가야 할지 막막해한다.뜨개질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는 명목하에 모였지만 실은 각자의 고민을 뒤로 하고 안정을 얻던 장소였던 그들의 모임에  훼방꾼 셋이 끼여 든다.자칭 철두철미 폐미니스트 대학원생인 다윈은 아직도 뜨개질을 하는 여자가 있는 줄 몰랐다는 발언으로 빈축을 사더니 뜨개질도 안하면서 꼬박꼬박 클럽에 참석해 눈총을 받는다.그래도 굴하지 않고 나타나는 그녀가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데,거기에 다코타의 생부이자 임신한 조지아를 버린 제임스가 갑자기 수예점에 나타나 어슬렁대자 조지아를 비롯한 사람들은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 의아해 한다.화려하고 속물티를 팍팍 풍기는 갑부의 아내 캣은 옷을 주문하겠다고 난리를 치는데,조지아는 이 새 고객이 고등학교때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던 캐시라는 사실을 알고는 경악한다.그렇게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힌 사연과 인연의 매듭은 이제 어떻게 풀려 나가게 될 것인가?아니,풀려 나가기는 할까?

 

불면증엔 로맨스 소설이 최고라고 한다.그만큼 신경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는 말이겠지.그런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베드타임 소설로 그만이다.두껍고,푹신한 뜨개질이 나오는데다,잔인하거나 야하거나 분노를 유발하게 하는 부분이라곤 없으니까.게다가 사랑이 넘치는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니 잠을 설칠리가 전혀 없다.그들의 이야기,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가는 미혼모와 그녀의 딸,그 둘을 사심없이 돌봐주는 지혜로운 여성의 이야기는 흐믓하기 그지없고,줄곧 왕따 당하는 바람에 친구 사귀는 법을 모른다는 다윈의 사연은 또 얼마나 짠하던지.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했으며,(비록 이것이 소설일지라도!) 남들이 부러워 할만큼 부자이나 불행한 결혼에 갇힌 캣이 홀로서기를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귀여웠다.특히 캣은 얄밉기 그지없는 캐릭터임에도 밉지가 않았는데,그건 그녀가 가진 솔직함때문이 아닌가 한다.그렇게 모두가 뜨개질을 통해 각자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는 책이다.일에서 성공하기,가족 이해하기,자식 키우기,남편 그리고 사랑 찾기,홀로 서기,자립,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가기,두려움을 떨쳐내기,눈치 안 채게 도와주기,위로하기,그리고...뜨개질 까지!여성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공감하지 어렵지 않고,잔잔하며,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점도 맘에 들었다.다만,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본 직한 이야기라는 것이 단점이었는데,특히 마지막 결론 부분은 너무 상투적이여서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것이 안타까웠다.뜨개질하는 사람들이 모여 인생을 풀어 간다는 아이디어만큼은 기발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근사한 책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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