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손택이 60~70년대에 쓴 8개의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이다.비평가나 에세이스트가 아니라 소설가로 불리길 원했다던 손택,그녀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녀를 평론가나 지성인으로기억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면 된다.소설가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단박에 짐작하게 되니까.우선 경악스러울 정도로 재미가 없다.차라리 평론이 더 재밌다.거기다 평론은 적어도 쓸만한 정보 몇개는 건지지 않는가?여긴 건질만한 정보도 없다.이 책의 주제가 <삶으로의 회귀,결국에는 모두가 처음으로 돌아간다.>라던데,아쉬운대로 그거라도 경건하게 받들어 볼까 했지만 별로 그러고픈 마음도 들지 않는다.어쨌거나 왜 지금 그녀의 해묵은 단편들이 나오게 된건지 모르겠다.시대를 막론하고 생명력을 가지는 대단한 책이여서?라고 말하긴 어렵던데...각설하고,각 소설별로 대충 분석을 해보자면, 맨처음 등장하는 <인형>그나마 좀 소설같다.<지킬박사>횡설수설한다.<미국의 영혼들>섹스에 탐닉하는 단세포적인 개인의 여정을 그렸다.그런데 그녀는 정말로 이것이 미국의 영혼이라고 믿었을까?아님 관찰자답게 현상의 일면을 과장한 것에 지나지 않을까? <베이비>별다른 메시지도 없으면서 폼만 잰다.<중국 여행 프로젝트>그녀답지 않게 중국에 대한 여과없는 환상을 폴폴 날리고 있다.중국은 천국이 아니다.70년대도 아니었고,40년대도 아니었으며,지금도 마찬가지다.<오랜 불만을 다시 생각함>혼자 주절대는 통에 알아먹기 힘들다.자기 중심적인데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전무했다.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소설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비판하는 사항들에 대해 그녀가 존경해 마지않는 크랜스턴 교수는 이렇게 반론할 거라고 추측한다."지혜에 대해 네가 무얼 알아?".맞는 말이다.하지만 그 사실을 그녀가 진심으로 자인할 리는 없다.그러기엔 너무 똑똑한 여자니까.지나치게 이지적이고 지성적이라 정작 지혜라고 할만한 통찰력이나 인간미는 보이지 않은게 아닐까 싶다.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내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니... 만약 언어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면 딱 본인의 취향일지도 모르니 참고 하시길.그녀 특유의 탁월한 언어감각만큼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만일 언어로 집을 짓는다면 그녀의 집은 벽돌집보다 더 튼튼하지 않을까 한다.그나저나 손택을 읽고 있자니 얼마전 읽은 도리스 레싱이 그리워진다.레싱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겐 얼마나 다행인지.레싱에게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