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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Mass Market Paperback) - 영화 '더 로드' 원작 / 2007 퓰리처상
코맥 매카시 지음 / Vintage / 2007년 5월
평점 :
한 아버지가 있다.핵폭발이 있은 뒤 혼란을 견디지 못한 아내는 자살을 했다.꿈속에서 아내는 그를,그는 아내를 돌본다.그래서 꿈에서 깨어날때마다 그는 허망해 한다.삶보다 죽음이 더 달콤한 팍팍한 현실,그는 다짐을 한다.아내의 뒤를 따라가진 않겠다고.왜냐면 그에겐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넌 신이 내게 맡겨주신 생명"이라면서 아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그는 오늘도 머리를 굴린다...
이름도 없이 그저 아버지와 아들로만 표기되는 두 부자의 생존을 위한 여정이 펼쳐지고 있는 소설이다.미래,핵구름때문에 태양은 빛을 잃은지 오래고,동물들은 멸종했다.하늘은 물론 바다,보이는 것 모두가 회색의 잿빛이다.물은 오염됐고,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 남았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하지만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먹을 것이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를 잡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인간을 먹지 않기 위해,그리고 먹히지 않기 위해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길을 떠난다.닳고 닳은 지도 한장을 들고, 카트속에 아들과 생필품을 넣고서 그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춥고,배고프고,넘어야 할 산은 까마득하며,어디서나 경계해야 할 것 투성이다.말을 건넬 사람도 의지할 사람도 둘뿐인 세상에서 그 둘은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폭발이 일어난 뒤 태어난 아들은 동물이 뭔지도 모른다.그런 아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글을 가르치며,머리에 키스를 해주고,잘 자라고 인사를 하면서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그가 어쩌다 손에 넣은 코카 콜라를 아들에게 건네주면서 흐믓해하는 장면을 보자니 짠했다.아니,책 전반이 그렇게 짠한 장면 투성이었다.이를 악물고 포기하지 않던 아버지와 아직은 악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선한 아들,둘의 애닮은 여정이 실제처럼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는가?읽으면서 감정 이입을 하지 않기가 얼마나 어렵던지...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마음이 무거웠다.미친 세상 감당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죽자고 했을까?아님 아들을 위해 길을 나설까.처음엔 그렇게 생고생을 하면서 길을 나서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아들을 대하는 그를 보자니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진다.내일 종말이 온다고 해도 아들의 입에 들어갈 먹거리를 찾아 헤멜 것이 바로 우리 인간 아니던가? 나라도 그럴 것이다.그래서 아버지의 고난이 남의 일 같게 느껴지지 않았다.조마 조마 둘이 잘못 될까 전전긍긍하며 읽었다.(나도 안다.이게 소설이라는 것을...)그리고 다 읽고 나서야 안심을 했다.
처절한 생존 투쟁기,군더더기 없고 박진감 있으며 남성다운 문체가 돋보인다.묵시록에 나오는 예언이 실현 된 듯한 미래,그 속에서도 만약 우리에게 희망이란게 있다면 그건 사랑때문이라는 것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던 감동적인 수작,영화로도 만들어 지고 있다고 한다.원작 분위기 그대로만 살린다 해도 기대해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