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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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판 여자의 일생>아프리카 농장의 여주인 메리가 흑인 하인인 모세에게 살해 되자 경찰은 서둘러 금전을 노린 살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범인을 압송해간다.하지만 그게 다일까?흑백 차별이 뚜렷한 남아프리카에서 백인 주인 마님을 흑인이 단지 돈때문에 살해한다는게 가능할까?숨겨진 다른 속사정은 없은 걸까,라는 의문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돈 때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메리는 왜 살해된 것일까?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나약한 엄마의 불행한 결혼을 보고 자란 메리는 어른이 되어 혼자 지내게 되자 행복해 한다.처녀시절,직장 다니면서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던 그녀는 30살을 넘기자 두려운 마음에 농부 리처드와 결혼을 한다.단순히 그가 청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결혼후 얼마되지도 않아 둘의 결합이 잘못된 것이란걸 깨달은 두 사람,실망과 씁쓸함을 주워 삼킨 채 그날 그날 죽지 못해 살아간다.숨쉬기도 힘든 더위,상상 이상의 가난,무능한 남편,신경질적인 아내,가난과 자존심은 두 부부를 더욱 더 고립되게 하고,사람들의 도움을 거절하게 만든다.그렇게 갈등과 불만이 차곡차곡 쌓아진 메리에게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한다.바로 흑인 모세가 집의 하인으로 들어온 것,흑인을 노골적으로 경멸하던 그녀는 과거 모세를 채찍으로 때린 적이 있었다.하지만 남편 같지도 않는 리처드에게 절망하고 있던 그녀는 차츰 모세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경악한다.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해 보지만,모세에게 눈을 못 떼는 자신을 어쩌지 못하는데...

 

낙관 하나로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해치우곤 곧이어 닥친 현실에 서서히 매몰되어 가다 정신을 놓아 버리는 여자의 모습이 설득력있게 그려지고 있는 사실주의 소설이다.아프리카라는 거칠기만 한 곳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가혹함이 생생하게 다가온다.장소와 시대가 다름에도 그녀의 이야기가 공감되는 것은 사회속의 무언의 압력에 굴복하는 그녀의 삶이 우리와 다를게 없기 때문이었다.부모의 전철을 안 밟겠다면서 자유롭게 살던 메리가 허겁지겁 결혼을 하고,흑인을 동물 다루듯 해야 한다고 믿는 백인들의 위선과 편견에 절은 나머지 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 모세를 배신하는걸 보면서 난 그녀를 향해 어리석다고 손가락질 할 수 없었다.왜냐면 내 주변에도 그녀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넘쳐나니까.메리의 삶은 끝나지 않고 여전히 진행중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모세에게 죽임을 당한다.자살과도 같은 죽음을...아마도 끔찍히도 증오하는 리처드와 살아가는 것보다 모세에게 죽음을 당하는 것이 그녀로썬 덜 두려웠을 것이다. 도리스 레싱의 처녀작,얕잡아 봤다가 큰 코 다쳤다.30살에 썼다는데,치밀하고 대체로 완벽했다. 자신은 작가로 태어난 사람이라던 작가의 말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 들일걸 했다.작가로 태어난 사람 맞다.인간과 삶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이런 통찰력을 가졌는데 작가가 안 되면 뭘 하겠는가?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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