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노트북 - 전3권 세트
도리스 레싱 지음, 안재연.이은정 옮김 / 뿔(웅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62년 발간된 작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이 돋보이는 책이다.인종차별,공산주의,제국주의 ,계급문제,갈등이 막 폭발하기 시작하던 성 차별 문제등 당시 사회를 휘몰아 쳤던 이슈들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다.논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건 돌진해 무엇이 인간적인가를 끊임 없이 물었을 작가의 경력이 책 하나에 망라된 듯 보였다.이 책의 주인공인 안나 홀트를 거쳐간 남자들은 한결 같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넌 너무 지성적이라고...다시 말하면 남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똑똑하다는 것이다.아마도 안나는 도리스 레싱극중 자아일 것이다.생래적으로 지성적인 여자,도리스 레싱,남자에 대적할 정도의 지성은 사실 흔치 않다.솔직히 말하자면 우린 자신조차도 제대로 분석해내지 못하는게 현실이니까.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랍고, 반갑고,고마웠다.예리한 분석을 통해 여성들의 문제를 꿰뚫으며 진실을 까발려 주고 있었기에.그런데 이렇게 탁월한 고백서를 왜 우린 읽지 않는 것일까.프로메테우스처럼 비밀을 알려 주었건만,우린 그걸 해독할 머리도 못 되는가 씁쓸할 뿐이다.

 

줄거리는 안나 울프라는 작가와 그녀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이혼해 딸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소위 자유로운 여자다.결혼에 매이지 않고 성을 즐기는 그녀를 보면서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거나 부러워 하나 실상은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유부남과 5년간의 밀애 후 버림을 받자 그녀는 상처를 받고 좌절한다.그녀의 친구 몰리 역시 아들을 둔 이혼녀,전남편 리차드는 속물이자 바람둥이 갑부로 둘은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그 사이에서 방황하던 아들이 자살 하자 둘의 갈등은 극으로 치닿는데...작가인 안나는 검은,빨강,파랑,노랑 노트 안에 자신의 일기를  습작처럼 써내려 간다.색깔별로 각기 다른 변주를 통해 그녀는 그녀 자신의 과거와 내면의 갈등, 혼란,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의 긴장을 보여 주면서 진실이 무엇인가를 추적해 나간다.그렇게 고통과 번민,외면하고 싶은 거짓을 파헤치면서 마침내 그녀는 분열된 자신을 추스린다.자신의 독립성과 통일을 찾은 것이다.안나 자신의 분열을 상징하는 다른 색깔의 노트북들이 결국 황금 노트북 하나로 수렴되는 과정들이 빽빽하게 그려지고 있는 책이었다.깊이 있고,진지한 주제의식,저절로 집중하게 된다.무게 ?통찰력? 말할 것도 없다.오래전 책이라 공감하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왜냐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니까.그런 면에서 보면 그녀는 선각자다.페미니스트의 대모라고 해도 되겠지만,그건 그녀를 한정하기엔 부족하지 않는가 한다.읽기도 만만찮은 글을 써내려 간 도리스 레싱의 지성과 인내심에 찬사를 보낸다.여성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 보시라.남들은 몰라도 적어도 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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