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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 습격 사건>
책을 좋아해서 인지 서점을 습격해보자는 제안을 살아오면서 몇 번 받은 적이 있다.나만 좋다면 함께 할 의향이 있다면서...커다란 카트에 책을 있는대로 쓸어 담고는 영화에서처럼 정신없이 뛰다가 차 뒤 트렁크에 다다닥 던져 넣고는 도망가면 된다는 구체적인 제안은 얼마나 황홀하게 들려왔던가.잠시 몽상에 잠기기도 했었다.그런데 문제는 내가 책을 좋아할 뿐 허기 진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제안들은 늘 기막힌 제안이라면서 킥킥대며 웃는 것도 끝이 나곤 했었다.그랬기에 책을 열자마자 서점을 습격하는 장면이 나오는 순간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 들더라는 건 이해가 가실 것이다.앗! 내가 주저하는 사이 누가 서점을 습격했단 말이지.그래,그리고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증에 귀가 쫑끗해 졌다.
<애완동물 살해범을 잡아라!>
잘생긴 얼굴을 무기로 섹스의 다다익선의 구현하고자 하는 가와사키,윤회를 믿는 부탄에서 온 도르지,펫삽 점원 고토미,인형같은 미모를 가진 펫삽 주인 레이코들의 사연이 2년의 시차를 두고 어리버리 대학생 시나가 마지막에 합류함으로써 끝을 맺게 되는 소설이다.2년 전 애완동물 살해범이 동네를 활보하자 사람들은 그들의 잔학성에 학을 떼면서 잡으려 하나 쉽게 단서가 잡히지 않는다.그 와중에 애완동물 점원인 고토미는 우연히 만난 삼인조가 애완동물 살해단이라는 심증을 굳히고는 복수심에 불타는데...
<집오리와 들오리를 구별하는 방법>
일본말이 어눌해서 은근히 왕따당하는 부탄인 도르지는 멋지게 생긴 가와사키가 자신의 일본어 선생을 자원하자 반갑기 그지없다.죽기 아님 살기로 일본어를 배우라는 가와사키의 말에 녹음기까지 준비하고는 선생이 남겨준 말 하나하나를 열심히 복습하는데...
부대끼며 살아가는 타인끼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특히나 긍정적인 영향들,서로를 이해하고 아끼고 보살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다섯 명의 사람들,서로에겐 타인일 뿐인 사람들이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생각해주는 마음들이 책 속의 비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따스하게 느껴지던,미소를 짓고 보게 되던 소설이었다.집오리와 들오리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한번 이 책을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재밌고 잘 짜여진 소설이다.유치하지도 않고,잘 모르는 것을 억지로 써낸 듯한 느낌도 없다.번역본이라 일본인 어투가 남아 있는 것이 가끔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무시해도 좋은 정도의 흠이다.일본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이 책은 간만에 맘에 들었다.하긴 서점을 습격하는 로망이 실현되는 소설을 만났으니 어찌 내 마음에 안 들리있겠는가 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