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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일 남장체험 - 남자로 지낸 여성 저널리스트의 기록
노라 빈센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이 책을 보려는 내가 이해되지 않았었다.참,취향도 특이하다.아직도 남자에 대해 알고 싶은게 많아서 굳이 이 책을 봐야 겠단 말이지...쫑알쫑알 불평을 늘어 놓으며 집어 들었다.글쎄,별게 있겠어? 시시할 거야,취지야 거창해 보이지만,결국 누구나 다 아는 말만 늘어 놓다 말걸?이라면서.그런데.이런, 내 예상을 묵사발로 만들었다.신선하게도.놀랍게도,그리고 고맙게도.읽어가면서 내 가슴 밑바닥에서 오랫동안 이런 책이 나오길 기다렸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늦은감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이 다행스럽다.그럼,어디,내가 왜 고마워 하는지 한번 들어 보실라우?
레즈비언 노라 빈센트는 남자들의 정체가 궁금해서 남장을 하고 그들의 세계로 잠입한다.볼링팀원,스트립클럽 단골 손님,수도원과 여자와의 데이트,그리고 영업사원등으로 548일동안 남자로 살아본 그녀,자유롭고 원하는대로 사는 줄로만 알았던 남자들의 생활이 그녀의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에 경악한다.허세를 부리면서,강한 척을 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남자로 살면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너무도 힘들었고,그 힘듦을 하소연하는 감정의 토로마저 남자들에겐 허용되지 않았다.페미니스트들이 주구장창 읊어대는 남자가 여자를 착취하고 이용한다는 주장은 남자에겐 억울한 일이었던 것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왜 남자들이 페미니스트들을 밉살맞은 늙은 마녀 보듯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들은 자신들의 고통만을 주장할 뿐, 남자들이 자신도 고통스럽다는 항변은 꺼내지도 못하게 했으니...
작가는 남자들이 아트라스처럼 두 어깨에 세상을 올려 놓고 사느라 자신의 삶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에 안스러워한다.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여자들을 향해 분노의 화살을 돌린다.최소한 고마워라도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동감한다.우린 세상을 어깨에 짊어질 생각조차 안하면서 남자라면 의당 그래야 한다고 몰아 세웠으니까.그것이 당연한게 아니란 것을 알려하지 않았고, 그들에게도 힘들고 두려운 일이란 것을 짐작조차 안했다.왜 우린 이렇게도 잔인했을까.반성이 된다.물론 변명을 할 수 있다.우린 무지했다고.그리고 남자들의 가면이 너무도 완벽해서 알아차리기 어려웠다고 말이다.작가에게 고마워 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그녀가 아니었다면 우린 여전히 남자들이 내뱉지 못하는 말들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미련스럽게도...
548일동안 남자로 살았던 노라는 결국 그 댓가를 독톡히 치룬다.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해 혼란이 온 것이다.그녀는 휴유증을 치료하면서 깨닫는다.여자로 사는 것이 그녀의 정체성이고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상상이상이었고,그 간격이 너무 커서 교차점이 없다는 것도.그리고 어느 성도 세상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결국 남자와 여자,우리 지구인들은 지구상에 어쩌다 떨어져 무진장 허덕해면서 살아가는 가엾은 존재들에 불과한 것이다.그리하여 결론은 남자들에게 따스하게 대하자였다.그들도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이기에.여자들처럼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가장 공감 가는 대목은 끔찍한 데이트 상대인 여자들을 참아 줘야 하는 남자들의 비애를 다룬 것이었다.난 왜 남자들이 자신들에게 함부로 구는,다시 말하면 남자들의 선의를 이용하는 여자들을 가만 두고 보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바본가?그런데 이 책을 보니,그들이 단지 참고 있다는 것을 알고선 미안했다.우리가 폭력적인 남자들을 참아 주는 것처럼 그들도 자신만 아는 무례한 여자들을 참아 주고 있었던 것이었구나...여자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음 좋겠다.그래서 우리 사랑스런 남자들을 다독일 수 있는 날들이 빨리 왔으면 한다.그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한거 아니겠는가?사랑은 이해를 바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