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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키퍼 1
킴 에드워즈 지음, 나선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물론 당신은 가슴 아픈 일을 많이 피해 갔어요.하지만, 데이비드,당신은 기쁨의 기회도 그만큼 놓쳤어요.>
두려움이 인생을 지배하게 두지 말라고,두려움으로 인한 선택을 하지 말라고,두려움에 져선 안된다는 말을 우린 종종 듣는다.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그 말에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도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선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여기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이 있다.그것이 자신의 평생을 짓누르는 죄책감으로 남을 것이란 것을 알지 못한 채,그것만이 가족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과연 그 결정이 그의 생각대로 가족을 보호해 줄 수 있었을까? 여기 그에 대한 해답이 있다.
의사인 데이비드는 자신의 딸이 다운증후군으로 태어 난 것을 보자마자 시설에 보낼 것을 지시한다.남몰래 그를 짝사랑하고 있던 케롤라인 간호사는 내켜하지 않지만 아이를 데리고 시설로 간다.하지만 시설은 아이가 자라기엔 너무도 열악한 환경,갓 태어난 연약한 아이를 안고 어쩔 줄 몰라하던 그녀는 자신이 키우기로 마음을 먹는다.그리고 다른 도시로 가서,형편 없지만 둘 만의 새 생활을 시작한다.
아이가 쌍둥이었는데, 딸은 죽었다는 말을 들은 데이비드의 아내 노라는 아들 폴을 키우면서도 딸을 잃은 상실감을 주체하지 못해 한다.게다가 나날이 보이지 않는 벽을 주위에 치고 살아가는 남편은 점점 그 속을 알기 힘들게 되고,서서히 집안은 침묵과 불만과 뱉어 내지 못한 말들로 가득차게 된다.자신이 아내를 위해 옳은 일을 한거라고 믿은 데이비드는 그러나 딸을 보내 버림으로써 아들과 아내에게도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을 보자 절망한다.결국 그는 말하지 못하는 고통과 죄책감,그리고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지 못한다는 그리움에 사진이란 자신만의 세계로 침잠하게 되는데...
인간의 탄력성은 무궁무진하다.실패,실연,충격,고통,상실...사람들이 그 모든 것들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살아가는 이유는 우리의 탄력성 때문이다.우린 적응하고,살기 위해 방법을 찾으며,운이 좋으면 깨달음도 얻고,더 운이 좋으면 행복이나 기쁨까지 얻는다.아무렇지 않게 상대에게 내뱉는 "힘내라!"는 말은 그에 대한 우리의 기대이자 축복을 담은 말이 아니겠는가.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데이비드는 그것을 믿지 못했다.아내와 아들에게 완벽하고 고통없으며 부족함이 없는 세상만을 물려 주고 싶어 하던 그,자신이 버리는 것이 자신의 혈육이고,그것이 평생 그를 따라 다닐 것이란 것을 알지 못한다.옳은 결정을 한 것이기에 어떤 고통이든지 감내할 거라 그는 확신했지만, 틀렸다.그 누구도 비밀을 간직한 채 행복할 순 없으니까.그는 불필요한 가슴 아픈 일을 피해가는 것에만 급급하느라,그 가슴아픈 일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누릴 기쁨도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 버린다.
그러나 ,난 데이비드를 단죄할 수 없었다.겁장이었다고 누군가를 비난할 만큼 난 용기 있는 사람이 못된다.하지만 안타까웠다.그가 흘려버린 낭비들이,그가 겪지 않아도 되었을 짐과 고통과 죄책감이...딸도 가족이니 가족안에서 해결 하려 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우리가 가족에게도 의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정말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