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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수컷들의 위대한 사랑
마티 크럼프 지음, 이충호 옮김 / 도솔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어릴 적부터 동물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은 편이다.그건 내가 동물을 좋아해서라기 보단 단순히 동물 관련 책들이 재밌기 때문이었다.그러다 보니 동물에 대한 지식도 알게 모르게 늘었는데,그건 내가 바란 적이 없던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했다.그랬으니 "멍청한 수컷의 위대한 사랑"이라는 색다른 제목의 책을 보고선 흥미가 동한 것은 어쩜 내겐 자연스런 반사작용이었을 것이다.
오,멍청한 수컷들의 위대한 사랑이라니...이 지구상의 생존 중인 암컷중 하나인 나로써는 제목을 읽는 것부터 흐믓했다.나의 로망이 실현된 지고...그래,자식을 위해 ,번식을 위해 오늘도 그렇게 불철주야 애를 쓴다니 갸륵하구만.더군다다 표지의 그림,멍청한 수컷들이 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하느라 신경질을 내고 있는 듯한 그림도 귀엽기 그지 없었다.확실히 맘에 든지고.그리햐야,이 책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내용을 보기전까지는....
들어가는 말에서 작가는 생물학자가 책을 낼때 독자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겠다는 의욕에 불타 동물을 과장되게 의인화 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한다.무미건조한 글보단 그래도 그것이 낫기에 자신도 그렇게 쓸 생각이라면서.그것만을 염두에 두느라,작가는 글을 어떻게 써야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글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는 생각을 안해본 모양이었다.독자 입장에서 말을 하자면 그것은 참담하다.그리고 이 책은 참담했다.모든 종의 다양한 짝짓기가 종류별로 등장하는데,생물학 강의 시간에 억지로 붙들려와 들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을 지루함의 연속이었다.사실 이렇게 재미 없는 생물학 강의는 난 들어본 적도 없다.작가는 굉장히 신기하고 재밌지 않느냐는 뉘앙스를 풍겨가면서 그 종들은 그렇게 특이하게도 짝짓기를 한다더라 주구장창 나열하고 있는데,문제는 그것이 새로운게 아니란 것이다.TV에서 동물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보면서 다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들,재밌을 턱이 없다.게다가 작가는 독자들이 세상 모든 종들의 짝짓기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던데,아니,그렇지 않다.한권 가득히 나열된 동물들의 짝짓기는 심했다.구역질난다.행위에 대한 구역질이 아니라 단순한 주제가 반복된다는 것에 대한 구역질이었다.주제의 지루함을 메꾸려면 대단한 글솜씨가 있어야 했어라는 생각이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들던 책,물론 책을 덮을 때까지 그런 글솜씨는 보이지 않았다.
원제가 "Headless males make great lover"다.수컷 사마귀가 암컷에게 머리를 잡혀 먹혀가며 교미를 하는 것이 오히려 종족을 남긴다는 면에서 유리하더라는 이야기를 고른,다분히 자극적인 제목이다.아마 의도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의도적으로 기묘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골랐다"고 표지에 쓰여 있었다.그런데 의도적이고 기묘한 놀라운 이야기는 동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단지 그들을 동물원의 구경거리처럼 여전히 구경거리로 전락시킬 뿐.그래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왠지모를 불쾌감으로 책을 덮었다.아,표지의 그림만 보고 말 것을 후회가 막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