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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책을 덮으면서 인간이 실험실 쥐와 다른게 뭘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만일 신이 있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저 높은 곳에서 '때때로' 들여다 본다면,그는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쟤네들은 머리가 나쁜 것 같아! 백년이 지나건 천년이 지나건 나아지는게 없네.여전히 서로를 죽이지 못해 난리라니까!"라고...
프리모 레비,이탈리아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생존자중 하나.그가 생존자란 타이틀을 달고 이탈리아로 돌아온 후,"수용소의 경험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했다고" 면서 10개월동안 수용소에서 겪은 일들을 예리한 지성으로 차분하게 풀어 내고 있는 책이다.
허구여야 마땅한 단테 신곡속의 지옥이 그대로 자신의 현실이 되어 버린 수용소.그속에서 진저리를 치며 되풀이 했을 질문을 그는 우리에게 던진다.
"이것이 인간인가"하고.
이것이 인간일 수 있는가?그의 절규에 대해 내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그것이 바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다지 달라져 있지 않을 인간의 모습이다.전쟁 후의 경악과 고통,수치스러움,한탄,절망과 좌절 ,인간본성에 대한 회의와 반성...우린 다신 그런 일들은 벌어져선 안 된다고 성토를 하지만 역사는 그저 되풀이 될 뿐이다.하나 직접 그 지옥을 겪은 레비,냉소와 체념속에서 침묵하기를 거부한다.가해자가 되었건 피해자가 되었건 그것은 인간이 겪어선 안되는 일이었기에.
그래서 그는 용감하게도 자신의 체험을 망각속에 던져넣지 않고 이 책을 써냈다.
그는 우리에게 역사의 되풀이를 경계하라고 주문한다.아우슈비츠의 광란이 있을 즈음 파시즘이 맹위를 떨쳤다면서,세계 어느곳에서건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평등을 부정하는 것을 용납하기 시작하면 결국은 수용소 체계를 향해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한다.
영혼마저 말살 시키던 수용소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 남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증언하기 위해서,그리고 암흑과 같은 시간에도 내 동료들과 나 자신에게서 사물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보겠다는 의지,그럼으로써 수용소에 만연해 많은 수인들을 정신적 조난자로 만들었던 굴욕과 부도덕에서 나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고집스럽게 지켜낸 덕분이었다고.
한탄섞인 어조나 날선 언어가 아닌. 침착하고 절제된 언어로 증언을 하고 있는 레비.그런 객관적인 논조여야 사람들이 귀기울일 것이란 것을 계산할 정도로 영리했던 레비.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왠지 난 그런 그의 결정이 이해가 된다.그는 쉬고 싶었으리라...인간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이젠 마음 놓고 편히 쉬시기를 빌어본다.
그대들은 타고난 본성을 가늠하시오.
짐승으로 살고자 태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덕과 지를 따르기 위함이라오.<단테의 신곡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