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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듣자마자"누가 니시키씨를 죽였구만..."이라며 다년간의 추리 소설 독파와 열성적인 CSI 시청경력으로 다져진 내 두뇌가 아는 척을 했다.음하하하,이럴때면 나도 탐정해도 될 것 같단 말이지...그런데 1) 죽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아저씨의 행방을 찾는게 재밌으려나?2) 설마 안 죽었다는게 반전은 아니겠지?3)도대체 이 아저씨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4)그리고 왜?...
동경 제일은행,사람들이 흔히 좋은 직장이라고 하는 그곳에선 오늘도 소리없는 전쟁중이다.실적전쟁...살아 남기 위해,승진하기 위해 그들은 심각해야 한다.뻔히 고객의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탁월한 선택이시라며 장단을 맞추고,지금 사면 내려갈 것이 뻔한 주식도 사라고 부추기며,신규대출을 따내기 위해 중소기업 사장에게 무릎 정도는 얼마든지 꿇을 수 있어야 한다.그래야 실적의 그래프가 올라갈 것이고,놀고 먹지 않는다는 걸 상사들이 알아줄 것이며,좌천되지도 않고,집도 장만할 수 있다.아이가 아빠를 영웅이라 부를 순간도 ,돌아가신 아버지의 소원인 출세의 기회를 잡는 것도 그렇게 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다분히 인간적이지 않기에,오늘도 은행원들은 자기 자신과 고독한 투쟁을 한다.그러니,물보다 더 많은 현금의 바다 속에서 그들이 불법을 자행하지 않을거라고 믿는것은 순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견물생심이라고 하지 않던가?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곤 배를 쫄쫄히 굶긴다면 과연 그 고양이는 얌전히 생선을 지킬까?생선에게 뭔가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한다면 너무 냉소적인 것일까?
나가하라 지점에서 일어난 이 예기치 못했다던 사건의 발단을 들어보자.
은행창구에서 100만엔짜리 돈다발이 사라진다.행원들은 쉬쉬하면 각자 돈을 갹출해서 메우고는 대외적으로 돈을 다시 찾았다고 무마한다.그러나 성실한 행원이었던 니시키는 범인을 좌시해선 안된다면서 수사를 계속한다.그러던 어느날,단서만 뒤에 남긴 채 그는 실종되고,경찰은 그가 왜 실종이 됐는지 파악도 못하는 가운데,본사의 감사팀이 내려 오는데...
이 책의 묘미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은행의 세계를 까발려 준다는 것이다.지극히 계산적이고,합리적이며,정직과 신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은행이란 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쏠쏠했다.오늘도 실적을 위해 뛰셔야 하는 모든 분들에게 공감이 될 만한 소재겠지만,특히,은행 관계자들분이 보심 더 자신들의 이야기 같다고 생각되지 않을까 한다.양심과 현실 사이에서 발버둥치다 불법의 길로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작가가 은행원 출신이라고 하더니 지극히 사실적이었다.물론 실종,횡령,그리고 살인,위조,배임과 연관되어 자신을 상상하기는 싫으시겠으나,어디까지나 그것은 추리"소설"에 따른 설정일 뿐이고,조직사회안에서 벌어지는 이면의 이야기들,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위해 안간힘을 쓰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해주던 책이었다.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은 1)재밌다.2)반전일껄? 3)것은 다 읽은 나도 모른다.4)책에 나와 있다.궁금하시다면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