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3
로버트 그레이브스 지음, 오준호 옮김 / 민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클라우디우스가 황제가 되고 나서 독살 당하기 전까지 14년 동안의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전황제 시절 바보 ,멍청이,얼간이,낙오자로 조롱당하면서 간신히 살아 남은 그가 황제가 되었을 때, 난 그가 대단한 일을 해낼 줄 알았다.아마도 내가 소설을 너무 많이 읽은 모양이다.현실의 벽은 그보단 높았고 말랑말랑하지 않았으니까.클라우디우스는 쩔쩔 맨다. 물론 전임자보다는 인간적이고 많은 일을 해낸것은 틀림없지만,우왕좌왕,전임자와 오십보 백보인 정치를 꾸려나간다.티베리우스나 칼리굴라 황제를 보면서 그렇게도 배운게  없는가 안타까웠다.잘 해보겠단 의지만으로 저절로 훌륭한 정치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으니 뜬금없이 현 노대통령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게다가 클라우디우스,황제가 됐으니 인생역전,불행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건만,그의 비루함은 황제가 되어서도 여전했다.달라진 것은 이젠 일에 치여 산다는 것뿐?세상의 권력을 다 가졌음에도  보통 인간이 누리는 기쁨도 누리지 못하는 그.진실한 사랑도,아버지로써의 정도,자신을 아끼는 벗들에게 대한 우정도 어수선하게 흘러가고,그는 고독해진다.만일 황제가 아니었다면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속에서 살진 않았을 터이니 어쩜 클라우디우스는 황제가 되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클라우디우스가 좋은 황제가 되지 못한 이유를 분석해보자면...

1.그 역시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했다. 전임 황제의 성적인 문란과 방종을 그렇게 경멸하더니만 그 역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해 일을 그르친다. 어린 아내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더니,조카를 아내로 삼고...정치가를 평가할 때 성적인 추문을 문제삼는 이유가 단지 윤리적인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베개머리 송사의 파괴력을 보니 다분히 실리적인 면이 있었다.

2.능력이 부족했다.통찰력이나 카리스마,지휘력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순진했다.그가 황제가 된 것이 그의 능력때문이라고 믿고 싶었지만,실제로 보니 그는 단지 난세에 살아남을 수 있었을 정도의 눈치와 불구의 몸,그리고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그는  황제가 될 만한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했고,그것은 성실함으로는 메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결국 지치고 만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면서, 네로를 후계자로 지목한다.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라면서...네로의 광기만이 로마 황실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으로의 도래를 가져올 거라 믿던 그.제정은 그 누구에게도 이득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인간에게 권력을 집중하면 망할 수 밖엔 없다면서.그가 보여준 최대의 통찰력이 아닌가 한다.

 

 이 책은 다소 지루했다.작가의 솔직하고 통찰력있는 목소리를 여전히 들을만했지만서도.종교는 객관적인 것이라고,즉,많은 사람이 믿는 신이 진짜 신이라고 하던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그 문장을 읽으면서 왜 기독교사람들이 포교에 신경을 쓰는지가 갑자기 이해 되었으니 난 너무 순진하게 살아왔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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