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들고 달리기
어거스텐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정상적인 사람이라곤 대체로 등장 안하는,전개되어 가면 갈수록 비정상의 도를 더해가면서 비정상의 스펙트럼 전시장을 보는 듯했던 ,비정상적인 인간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내 상상력을 초라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구역질을 유발하게 하는 요소가 곳곳에 폭탄처럼 잠재해 있긴 했지만 묘하게도 경멸보단 연민이 들게 하는걸 보니 글재주 하나 대단한 작가였다.

 줄거리는 자신이 천재시인으로 언젠가는 유명인이 될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사는 나르시스트 엄마 디오도라와 그런 그녀에게 애증을 품고 사는 아들 오거스틴,알콜 중독과 히스테릭한 아내사이에서 부모로써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아빠,연약한 정신병자들을 도와주는 한편 그들을 이용하는 정신과 의사 핀치 박사,그리고 핀치 박사의 이상하기 그지 없는 가족들에게 둘러쌓여 성장한 작가 자신의 자서전이다.

어느날 자신이 미쳤다고 확신한 디오도라는 열네살 짜리 아들을 자신의 정신과 의사 핀치에게 맡기곤 떠나 버린다.
뒤에 남겨진 오거스틴은 끔찍한 분홍색 저택 안에 갖가지 기괴한 골동품을 채우고 살아가는 핀치 박사와 가족들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도무지 정상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인간다운 모습을 찾아  내기도 하지만,그는 미친사람보다 더 미친듯한 사람들 속에서 옳은 것이 무엇인지 헷갈려 한다.나도 정상처럼 살 수 있을까를 절규하던  한 천진한 소년의 안타까운 일상들이 속도감 있는 필체와 통찰력 있고 담담한 어조로 유머스럽게 담겨져 있었다.

 "규칙과 제한이 없는 인생은 놀람의 연속이다."라고 15살의 오거스틴은 투덜댄다.
제약도 잔소리도 없는 청소년기의 삶,위험을 감수하는 정신만 있다면 견딜만하다고 그는 자신을 다독이지만 현실은 비참할 뿐이다.왜 난 갇힌 기분이 드는것일까 절규 하는 그를 보자니 짠했다.
일찍 들어 오라고 닥달하지도,35살짜리 청년과 섹스를 해도 야단을 치지도,자살 시도를 해도,학교에 가지 않아도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는 삶.빙 둘러보면 그의 주변 인물들은 그보다 한 술 더 뜨는 사람들 뿐이고.그곳에 있다간 결코 정상적인 삶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작가가 되겠단 꿈을 안고 뉴욕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는 자신만의 삶을 찾아 이렇게 멋진 책을 써냈다.

미친 엄마의 유기와 정신적인 학대에서 자신의 힘만으로 벗어나는 그.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사람이기에 사랑받을 만한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고통, 그 속에서 자신을 파먹지 않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오거스틴이 대견했다.이 책을 읽는 보람을 찾자면 아마도 그것이 아닐까,그런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버리지 않았던 작가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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