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렙 보르헤스 전집 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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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션들"에 재미를 붙여서 다시 들여다 본 보르헤스의 책."픽션들" 엔 미치지 못했다.

독자들과의 소통이 안 돼서 본인 자신의 읆조림에 가깝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잘 쓴 휘향찬란한 말의 향연이라고 해도, 감탄에 그칠 뿐 감동을 얻을 수는 없는 법. '픽션들'에 비해선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의 17개의 단편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읽고 난지 대략 10분이 경과한 지금 생각나는게 하나도 없다.절대 내 탓이  아니란 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 가고 싶다.
물론 이 책에서도 그의 특징적인 글쓰기가 마치 본인의 서명처럼 나타나고는 있다.
신화나 신화의 주인공들을 역사적 실존인물인 듯 활용하는 능청스러움,윤회를 보는 듯한 반복적이고 순회적인 역사관,타인과 나를 이중 정면 배치하는 구도,내가 나라는 것을 어찌 알며 내가 보는 세상이 꿈일런지  어찌 아느냐는 노자 사상,샤걀의 그림이 연상이 되는 환상적인 초현실 주의,상상을 초월하는 언어의 유희,지적인 통찰력,미로와 도서관,언어에 대한 집착,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책의 향연들...

역시 이 책에서도 역사 이래로 만들어 진 책들과 만들어 졌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책들,그리고 보르헤스 자신이 가공해 낸 책들이 도서관의 색인마냥 줄기차게 등장한다.
책 제목의 나열만으로도 충분히 주눅을 들게 만드는 희한한 재주를 가진 사람,보르헤스.
이런 사람을 할아버지로 두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눈이 번쩍 하고 뜨였던 것 하나.
파울로 코엘료의 "자히르"가 그 단어와 모티브를 이 책 알렙의 '자히르'란 단편에서 얻어 왔다는 것을 발견 한 것,역시(코엘료는) 사기꾼이 맞다니까 하면서 의기양양해했다.

코엘료는 고급 하이에나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어 좀 측은해지긴 했다.
읽어도 좋은 책이긴 하지만, 읽기를 굳이 추천하진 않는다.
남는게 거의 없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얻어지는게 없다면 시간 낭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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