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
에이단 체임버스 지음, 고정아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작가의 인용문이 많은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문장이라고 해도 남의 생각일 뿐이고 베낀 것에 불과하니까.

그것이 그가 많이 읽었고, 좋은 문장을 고를 안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해도 결코 그 자신의 것이 될 수는 없다.

이 책에서 작가가 목숨 걸고 덤벼드는 다른 작가는 얼마전 타개한 고 커트 보네거트이다.

책을 시작하자 마자 떡하니 우리는 겉으로 시늉하는 그대로의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어떤 존재를 시늉할 것인지 주의해야 한다. 라는 커트 보네거트의 문장이 독자를 맞이한다.

이 책의 문제는 그나마 쓸만한 문장이라고는 이렇게 보네거트의 책에서 베낀 문장들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그 나머지는 보네거트의 책을 제록스 복사기로 한 열번쯤 복사를 하면 나올 듯한 쓰레기다.

너덜 너덜하고 정신 사나우며 윤리성 도덕성 참신성 인간성 인류애 인간에 대한 애정 연민 그 모든 것들이 실종되거나 희미하다.

내용은 16세 소년 핼이 자신의 친구이자 애인인 베리가(18세) 자신과의  말다툼뒤 교통사고로 숨지자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덤에서 춤을 추다 적발이 되서 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보네거트의 제 5도살장을 좋아한다는 소년.

안 읽으신 분을 위해 언급을 하자면 보네거트의 제 5도살장은 전쟁 고발장이다.

이미 2차대전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미군이 아무 이유없이 독일의 한 도시를 폭격해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했던 것에 대한 고발장.

한 도시가 초토화 됐었고,그 안에서 살아남은 시민은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 일은 종전후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묻혀졌었다.

그에 대한 보네거트 자신의 분노와 양심의 항변을 다룬 것이 바로 제 5도살장이다.

10대 소년에게 간절히 원하던 동성 애인이 생겨 그와 7주를 보내고, 몇번 잠을 잤는데,그가 자신이 지겨워 졌다는 이유로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 것을 두고 싸웠다가 죽었다.

그래서 슬픈 맘에 무덤에서 춤을 추었는데 그것이 무덤 훼손죄가 될 지언정 정상참작이 될 만한 사정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5도살장의 슬픔과 비교되야 하다니.

가소로웠다.

애야, 세상을 좀 더 살아 보거라.그럼 그건 아무 일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될테니.

만일 더 세상을 살아봐도 여전히 그게 큰일이거든, 내가 세상을 잘못 살고 있구나 하고 반성을 하려무나.

그리고 유명하시단 체임버스님. 제발 보네거트는 인용하지 말아 주셔요.

아무리 당신이 보네거트를 인용하셔도 그의 품격을 본 받을 수는 없읍니다.

보네거트를 존경하는 독자인 저로써는 기분 나쁨니다.

기분이 매우 나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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