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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써로우의 중국 기행
폴 써로우 지음, 서계순 옮김 / 푸른솔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폴 써로가 다시 철도 여행을 나섰다.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엔 자신이 기행문 작가라는 사실을 입도 뻥끗 못한다. 전작"유라시아 횡단 기행" 책이 일약 성공을 거두면서 이젠 사람들이 그의 책을 들고 여행에 나섰기 때문.시베리아를 거쳐 몽고로 가는 열차 안에서 사람들이 폴 써로의 책을 읽어 보았냐면서 그에게 이름을 물으면,그는 어물쩍 조용히 사라진다.사람들이 그를 첩자로 오인해 털어 놓으라고 윽박질렀다고 해도 그는 아마 자신이 폴 써로라는 사실을 발설하지 못했을 것이다.
87년 그가 중국에 1년동안 머물면서 중국 여기 저기를 들쑤시고 다닌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아무리 1년이란 시간동안 체류 했다해도 중국을 파악해 내긴 힘들걸?이란 내 생각은--무엇보다 그는 서양인이기 때문에 동양적인 정서를 파악해내기 힘들거란 오만은 --오산이었다.
그는 치밀히 준비를 해갔었다.금병매를 (그 책이 중국의 음란 금서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으니,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비롯,중국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어대면서 그는 끊임없이 중국인들의 실체는 무엇일까?궁싯거리고 있었다.
87년이라면 등소평이 아직 죽지 않았을 때,천안문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문화혁명의 회호리속에서 살아남은 중국인들이 조금씩 자신들의 속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그 실상이 외국엔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그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문혁때 어떠했는지,홍위병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중국의 현재에 대해 불만은 없는지를 질문하고 다닌다.그는 중국인들이 의외로 선선히 솔직하게 --물론 퉁명스럽긴 하지만--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밝힌다는 것에 놀라고 반가워한다.그가 바란 것을 바로 그런 이해가능한 진실이었기 때문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그의 궁싯거림은 소득이 있었서,1년간의 여정을 마친 그는 말한다.
"나는 중국인들을 불가사의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그들은 이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파악이 가능한 사람이다....지금까지 중국인들이 이뤄낸 학문,정치,예술에 대해 쏟아진 끝없는 격찬은 단지 신선하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세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그리고 단순한 호감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찬양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나는 중국의 우수성을 과장되게 주장하는 사람들 틈에 추호도 끼고 싶지 않다."고.
중국인들의 청결에 대한 무심함,현실이 아무리 가혹하다 해도 견뎌내는 금욕주의,개방에 대한 열망,문혁을 철저한 시간낭비였다고 말하는 실리성,호기심이 들면 다른 사람의 얼굴에 코를 들이대고 들여다 보는 천진함,솔직함과 미에 대한 허섭한 기준,과거는 되돌아보지 않는 건조함등 그의 눈에 잡힌 중국의 모습엔 허상이 없었다.
솔직하고 통찰력있는 그의 시선이 "유라시아 기행"때처럼 듬직하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라사를 찾아간 그는 그곳의 신비함에 넋을 잃는다.그리곤 중국인들의 압제속에서도 자신의 것을 지켜나가고 있는 티벳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사람들이 없다 싶은 곳에선 이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 사진"
그 조그만 사진을 나눠주면서 티벳인들이 기뻐하자 흐믓해하는 그.
내가 그를 좋아할 수 밖엔 없는건 바로 그런 그의 성품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