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든
이언 매큐언 지음, 손홍기 옮김 / 열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1.부모가 졸지에 연이어 죽자, 집안에 돌보는 이 없이 남겨진 네 남매의 일탈을 다룬 책이다.

시신 유기(엄마의 시체를 지하실에 시멘트로 묻어 부패하도록 놓아둔다.)에 이어 근친 상간에 이르는 과정까지가 15살 잭이라는 소년의 메마른 음성으로 전개되고 있다.

SBS의 S.O.S에 종종 등장하는 정신 사나운 가족들을 책으로 옮겼다고 보심 된다.

혐오스럽긴 하지만 현재하는 가족들의 초상이란 면에서 보면 수작이라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이유로 별점을 많이 줄 수가 없었다.

 

2.언젠가 니체의   "나의 누이와 나"를 보고서 경악을 한 적이 있었다.

니체가 근친상간의 가해자요 피해자였다는 것을 자신의 입으로 밝힌 책이었으니 말이다.

그의 천재성과 광기의  동인을 보는 것 같아서 안스러웠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어쨌꺼나 누이 동생과의 어긋난 관계가 그의 불행에 일익을 담당했고, 행복하고자 하는 그의  희망을 꺾었을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니체가 살로메에 연정을 품었을 때  누이동생이 질투로 방해를 했으며 니체는 그걸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는데, 결벽성이 있는 니체가 그의 어두운 비밀 때문에 가만히 있었을 것이란 추측을 한다면 오해일까?

 

뜬금없이 니체를 등장시킨 이유는< 근친상간의 죄의식> 하면  그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난 아직까지는  근친상간을 하면서 자랑스러워하거나 쾌감을 느꼈다는 사람을 현실 속에선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자발적이나 사랑하기에 응했다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그것을  수치스러워하거나 자신이 '당했던 '것들을 혐오스러워 했었다.

어린 시절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겪었던 일이라 해도 몸서리를 쳤다.

그것들이 성인이 된다 해도 영혼에 상처를 남기는 폭행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런데 유독 소설이나 영화에선 격정적인 사랑으로 묘사를 해대는 것을 보면 기가 찬다.

내가 이 책을 보면서 혐오감을 느낀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근친상간을 마치 대단한 쾌락을 즐기는 듯이 묘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17살 ,19살의 남매가 섹스를 하는데 --그것도 남이 보는 앞에서--즐겁기만 하다고?

그들이 완젼히 정신이 나간 아이들이기에 일말의 꺼리낌도 없을 것이라고 ,우린 그저 그런 동물적인 욕정만 남은 아이들을 보면서 혀만 끌끌 차면 된단 말인가?

그들 머리속에 조금의 수치심이라고는 없다고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작가가 그들이 정말 그렇다고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불륜도 내가 하면 로맨스니 근친상간도 내가 하면 쾌락이란 말인가?

.....

3. 파리 대왕의 마지막 장면엔 친구를 살해하겠다고 야만을 떨던 아이들이 구조대를 보자  순한 양으로 돌변하는 것이 나온다.

살인을 하건 강간을 하건 횡령을 하건 경찰서에 붙들려 온 사람들이 얼굴을 가리는 것을 우린 늘 본다.왜 그렇다고 보는가? 그들이 살인을 할 때도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을까?

수치심과 죄의식을 인간에게서 쉽게 제거해선 안 된다고 난 생각한다.

그들의 심층에 무엇이 있는지는 더 깊이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들의 행동만으로 모든 것을 짐작한다면,우리에게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혐오밖에는 없을 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