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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릿파크 - 존 치버 전집 1
존 치버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존 치버에 대해 알아보다 마침 이 책이 번역이 돼 나왔다는 말에 반색을 했다.
미국에서는 꽤 평이 좋던 작가와 책이라 기대 잔뜩하고 본 책이다.
미국의 중산층을 상징하는 불릿 파크(탄환 저장소)라는 마을에 사는 두 이웃, 네일즈와 해머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이다.
일부 일처제를 줄기차게 신봉하는 네일즈는 화이트 칼라 직장인으로 가족의 안락과 칵테일 파티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안락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집집마다의 불행을 커튼으로 가리고 살아가는 불릿파크, 네일즈는 그곳이 천국이라며 자랑한다.그러나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가야 하는 천국과는 달리,그의 아들 토니는 학교를 때려 치우더니 아프다는 핑계로 방에서 나오질 않고, 그의 아내는 그와의 잠자리를 거부한다.직장을 혐오하던 그에게 남은 탈출구는 알약(마약)뿐,그는 남몰래 마약에 의존해 출퇴근을 한다.
불릿 파크에 방금 이사온 해머.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겉으로는 예의 바르고 사려 깊은 인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신병적인 증오와 냉소와 사람에 대한 무관심을 지니고 있는 위험 인물이다.
그는 속물에 자신의 생활에 지극히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듯한 네일즈를 보고는 그를 살해하겠다고 결심을 한다.부르조아의 위선과 부패에 대해 경각심을 주기 위해 예수같은 희생양이 필요하단 이유로...과연 그의 살해 음모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하지만 어긋나기만 하는 인생살이에 조용히 지쳐 가는 네일즈.
그런 네일즈의 겉만 보고 속물 부르조아의 표본이라면서 그를 살해할 것을 결심하는 해머.
기괴하고 우울하며 암담한 미국의 현대사회의 단면을 제대로 투영해 보여 주는 책이었다.
우선 문체가 다른 소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얼마나 속도감있게 글을 쓰던지 단편의 대가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짧은 호흡에 척척 자신이 하고픈 말을 다다다 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침없는 문체로 박진감 있게 부조리한 일상과 허물어진 정신을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었는데,너세네이얼 웨스트(메뚜기의 하루,미스 론리하트)나 카슨 메컬리스(마음은 외로운 사냥꾼)그리고 아서 밀러(세일즈맨의 죽음)와 꿰를 같이하는 작가가 아닌가 한다.
통찰력있고,어조는 건조하지만 주저함 없는 단호함에,냉소적인 톤으로 미국 사람들에게 네가 아무리 행복한 척을 해봐라.그래봤자 니들 불행한거 ,니들 위선 떨고 사는거, 속으로는 초라한거,속물인거 내가 다 안다니까...라는 말을 하고 있는 존 치버.
월튼네 사람들은 환상에 불과해.라고 말하는 그가 난 약간은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