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서른살에 펴낸 첫번째 소설이라는 것이 불길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최근 작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의 문장력이면 데뷔소설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할거야라고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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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데뷔작은 데뷔작이었다.
12개의 단편 소설들로 두서없이 묶여진 이 책엔 행복하거나 정상적이거나 극단적이지 않는 사람들은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컬트 영화에 등장하는 듯한 장면들과 등장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들은 어지러운 꿈을 꾸는 듯 보기 흉하게 전개 되고 있었다.
물론 가끔 가다 번뜩이는 상상력과 문장력들이 그녀가 나중에 대성할 만한 싹이 있음을 보여 주긴 했지만, 그걸로 이 책이 좋다고 하기엔 무리었다.
난 그녀의 책을 3권을 읽었는데, 그녀의 세상을 보는 시선이 한 4년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놀랐다.
냉소적이고, 도도하며,이기적이고,즉각적이며,세상에 상처를 받느니 믿지를 않겠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의 메마름이 2004년에 나온 그녀의 책에선 말끔히 사라졌으니 말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떤 것이 거짓일까?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타협을 한 것인지--냉소적인 책은 많이 안 팔려!--하면서.
아님 30살에 쓴 그녀의 책이 데뷔를 의식한 자의식 과잉의 책이여서 그런 것일지 궁금했다.
어떤 것이 진짜일까?
아님, 어느정도의 성공을 거두면서 가발다의 세상을 보는 인식이 행복해지고 따뜻해 진 것일까?
그래도 어쨌거나 단 4년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놀랍다.
주로 이렇게 책 내용보단 작가에게 더 관심이 쏠릴 수 밖엔 없는 책이었다.
책 자체에서 별로 감동을 받을 만한 것이 없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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