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상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살만 루시디를 생각하면 그의 음흉해 보이는 미소가 떠오른다.마치 내게 거짓말을 해봐, 그러면 속아 주는 척 해주지...하는 듯한.

세상의 거짓말과 트릭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의 시선이 어디서나 느껴지는 소설이다.
이렇게 소설을 쓸 수도 있구나,읽어 가면서 감탄한 책이다.
경이롭고, 경악스러우며 ,존경스럽고 ,웃다가 심각해 지다가, 아하!하며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그런 소설.

넘처나는 상상력과 이음새 없이 매끄럽게 재단한 듯한 신화의 차용, 종교와 이성의 대립. 선과 악에 대한 피상적인 사람들의 인식에 정면으로 조롱하는 그의 지성과 통찰력, 통찰력 통찰력...

이 책은 워낙 특이한 책이라 유명해질 수밖엔 없는운명을 지니고 태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시디가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사실이 그의 유명한 사형선고에 묻혀 사람들에게 잘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다.하지만,그의 다른 걸작 <한밤중의 아이들>을 비롯해 그의 감칠맛나는 글 솜씨와 천연덕스럽고 뻔뻔스럽기까지한 이야기 전개을 읽게 되면, 다른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는 개성과 매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난 무엇보다 나비 소녀의 여정을 그렇게 풀어나간 것에 대해서는 경이로움을 느낀다.내내 그가 이 소녀의 순례의 길을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고 이럴까, 별다른 결론이 나지 않을텐데..더구나 그의 글 전체에 드러난 지극히 신랄하고 반 종교적인 정서로 미루어보면 결론이 갈데가 없는데도 이야기를 벌려 나가는 것이 자못 위태했었다.그런데 그는 나완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으니...내 고루한 상상력이 어떻게 그의 상상력과 지성에 비견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완전히 패배를 시인하고야 말았다.

그의 빙퉁맞은 두 눈이 바라보던 세상,그 세상의 위선을 꿰뚫으며 조롱하는 듯한,사람들의  이면을 궤뚫고 뒤집으며 신나게 까발리던 그는 보통의 지식인들이 넘지 못하는 이성의 벽을 가비얍게 ,가뿐히 넘어가 버린다...그만이 내릴 수 있는 멋진 결말이자, 유연한 돌파구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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