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화가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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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로 우리시대의 화가들에 대한(피카소나 ...) 책인줄 알았다.그런데 읽고보니  한 화가에 대한 (사실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자화상이다.

미술 평론가인 존은 1년전 갑자기 떠나간 화가 야노스 라빈의 스튜디오에 갔다가 우연히 헝가리어로 쓰여진 라빈의 일기를 발견하고는 들고 온다.

그 일기를 통해 존은 존 자신에게나 그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았던 라빈의 독백에 가까운 목소리를 듣게 되고 이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데...

남의 일기를 훔쳐 읽게 되고 그러으로써 당시의 과거로 돌아가 주석을 다는것처럼 전개되는 이 소설은 형식만으로도 다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무엇보다 이 책이 가치 있는 것은 거의 48년전 쓰여졌음에도 지금에 읽어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며,모순된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진실한 소설이었기때문이다.

헝가리에서 망명한 화가 라빈의 정치에 대한 생각과 그 자신의 예술에 대한 고뇌와 인식은 지금 현재에도 그대로 유효하다.그러니 그때가 58년이었단것을 감안한다면 이책이 얼마나 대단한 책이었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정치에 대한 라빈의 넋두리(?)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백미는 주인공 라빈의 화가라는 예술가의 고뇌에 대한 지적 통찰력에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화가가 된다는것이 어떤 것이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존 버거는 너무도 생생하고 설득력있게 예술가의 고뇌를 표현해놓아서 난 정말로 라빈이라는 화가가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창작한다는것이 바로 다름아닌 진실을 토해놓는것이란 것을 깨닫는 과정이였단 것을 ,자신이 믿는 것을 세상에 내놓은 용기가 바로 다름아닌 예술이며

그럼으로써 세상을 개선시킨다라는 것이었다.정치나  구호가 세상을 개선시키는게 아닌...

 지적이며 통찰력있고 ,버거의 책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간결하고 군더더기기 없는 필체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미술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나, 미술을 보는 안목은 없지만 좋은 글은 아낀다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요즘같이 너나 할것 없이 화랑으로 몰려가서 감탄에 탄사에 스탕달 신드롬을 표방하는 사람들의 꼬락서니에 눈꼴이 신 사람도 읽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사람이 막연히 느끼는 예술에 대해 라빈이 옹호해 줄것이니까...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창작한다는것의 의미가 미술이나 소설이나 다르지 않더란 것이었다.

다음은 라빈의 일기에서 발췌한 것이다.

"좋아하는 작품을 보는 건 그 정신을 흠모하기 때문이고, 그걸 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그래 ,멋진 창작이야.그러나 나중에, 한 몇년쯤뒤에라도 ,자신이 흠모했던 그림의 기원이었을 지도 모르는 어떤 사람, 어떤 풍경, 어떤 사물을 보게되면 ,갑자기 그 작품의 기초가 된건 창작이 아니라 진실이었음을 깨닫는다.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늘 ,아무튼 내 경우에는 대단히 감동적이다. 창작해낸 것처럼 보이는 그 진실을 제시하는 것 뒤에 놓인 모든 독창성,용기, 노력을 역설해 주기 때문이다."...

책이 좋다고 느끼고 감동을 받는것은 내 경우에도 늘 진실때문이었다.

그 기준은 어떻게해도 흔들림이 없어서 어떤때는 내가 너무 고지식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그러다 이책을 읽고나니 어쩜 그것이야말로 만고 불변의 진리같은건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를 공명케 하는것이 바로 진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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