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Paperback) - 『나이트』영문판
엘리 위젤 지음 / Farrar Straus and Giroux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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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아보고는 생각보다 얇아서 실망했다.유태인 대학살을 이렇게 얇은 양으로 다 써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기우였다.

15살의 신심 깊던 저자는 1944년가족 모두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면서 인간의 본성과 악, 살아있는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그리고 그 치욕스럽고 고통스런 기억을 뒤로 넘긴채 침묵하며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는 대신 '말하기로"결심하고,바로 이것이 그 결과물이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것은 나쁜 나찌와 불쌍하고 이름없으며 희생자인 유태인의 이분 도식적인 구도가 아닌  수용소에 갖힌 다양한 유태인들의 초상이라는 점이다.

단지 살기 위해 별별짓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것은 충격적이었다.

빵 부스러기 먹겠다고  아버지를 짓밟은 아들,히틀러가 한 말은 무엇이든지 실현될거라 믿는 유태인, 학살에서 살아남아 다른 유태인들에게 경고해주겠다며 돌아왔지만 미치광이 취급을 받아야 했던 사람, 아내와 아들들이 살아있을 것이란 거짓말에 안도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자 싦을 놓아버린 사람..

서로를 도와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선량한 구호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살기 위한 생존게임으로 돌변해 서로를 증오하고 짐스러워하며 떨쳐버리려 애쓰게 되는 가족들...

인간이길 거부한 나찌손에 살아남기 위해 역시 인간이길 포기해야 했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나찌가 더러운 유태인은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할 수 없다는 규정에 불평하던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죽어가는 자신과 유태인을 위해 눈이 오는 적막한 밤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하던 광경이었다.예술이란 바로 그런것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절대 악 속에서도 드문 드문 드러나는 인간미가 생존을 위해 발악하는 사람들의 초상과 겹쳐져 서술된다. 저자로써는 써내려가는 것이 고통스러웠을거라 짐작이 될 만큼 솔직하며

느긋하게 말을 하는듯하며서 할말은 다 하는 글 재주를 가졌다.

즉 글을 아주 뛰어나게 쓰는 사람의 책이다.

단지,날 심난하게 하는 것은 이젠 그 학살의 대상이던 유태인이 더이상 피해자가 아니란 것이다.

이 책과 더불어 팔레스타인 여류작가의 가시선인장을 같이 읽게되었는데, 이방인인 나로써는 유태인을 마냥 가엾은 민족이라고 딱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학대받은 역사를 다른 민족에게 되돌려주고 있는 유태인을 보면서

이젠 이런 홀로코스트 스토리가 예전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15살짜리 소년이었을 때 작가는 아버지에게 20세기 유럽에서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한다.

어쩜 인간이 멸종되지 않고 이 지구를 접수하고 있는 한 이런 비극은 정도차이일 뿐 늘 지구상 어디에선가는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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