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기행 - 나는 이런 여행을 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서론은 주절이주절이 별로 쓸데 없는 말이 끝없이 이어지길래 포기하려 했다.

그래도 적당히 뛰어넘어 무인도의 사색을 비롯한 본격적인 여행 이야기가 나오자 그나마 인내심을 갖고 버틴 보람이 있었네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나,영화 미션의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던 '신의 왕국 이구아스' 기행부터 내 심사가 삐딱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유럽인들의 인디오 학살을 규탄하는 그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가자니,아이고! 사돈이 남말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전광화석처럼 번쩍 하더니 가라앉지 않았던 것이다.

네가 남의 학살을 운운하더냐...너의 학살은 잊어버리고?

그러다 유럽 반핵 무전여행에 이르자 짜증이 났다.아,또 그 피해자 일본이 모습을 드러냈구만...

나같은 소심한 소시민이 핵에 대해 찬성을 할 리 없다는건  차치하고서라도 난 미국이 일본에 핵 폭탄을 투하 한 것이 매우 잘못된 판단착오였다는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자신들이 "가해자"란 사실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마음편하게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집단 건망증에 빠지도록  한 몫 단단히 했으니까.

지식인입네 하면서 평화 운운하는 일본 지식인들이 히로시마를 들먹이면서 자신들이 했던 만행을 한번이라도 언급하는 것을 보았다면 내가 이렇게 '평화'를 주장하는 그들을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어쩜 그렇게도 그들은 한결같이 철저한 피해자들일뿐인지.

식민지였던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남경학살의 주범이던 그들이 중국에게 한번이라도 잘못했다고 하는 것을 봤던가?아니, 최소한 자기네들이 그랬다고 하는거 봤어?

그런 주제에 일본 헌법 "9"조를 들먹이면서 자신들이 무슨 대단한 평화애호 국가이자 뭐 그 비스드름한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착각하는 일본인들 보면,화가 나다가도.

그 보다 왜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우린 피해자다.

피해를 당했을 때 가만히 앉아서는 가해자 쪽에서 알아서 반성하고 선처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우린 바본가? 아직도 매일 매일 신문에 신사 참배에 대한 외교 문제들로 옥신각신 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는 마당에,그들이 자신의 과오를 여전히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을 우리가 어쩌지는 못한다고 쳐도,그들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정도의 여행 수필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제발 이런 글을 잘 썼다고 서평이 올라오는것을 보지 않는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그러면 안 되지 않는가?

사색 좋아하네...진짜 지식인이라면 한가로운 사색은 집어치우고 진지한 반성부터 하지 그러셔.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남의 들보만 열심히 들춰내면 자신의 들보는 가려진 채 세계인이 되는 줄 착각하고 있는 이 사람, 다카시.그런 착각에 우리까지 장단 맞출 필요가 있을까?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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