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조카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 현암사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가 천재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인 파울 비트겐슈타인과 나눈 우정을 그린 책.
보통 우정의 아름다운 면을 그린 작품과 달리 ,조금 어둡고 신경을 건드릴 만큼 날카로운게 특징.
작가가 말하는 파울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질병과 취향(음악, 철학, 문학...)면에서 공통점 때문에 친구가 된 두 사람의 평생 가는 우정을 솔직하고 음울하게 그렸다.

니체의 책을 읽는 듯한 ,햇볕이라고는 들지 않는 음지에서 피어난 듯한 우정이라고나 할까?
(오해 마실것은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뿐, 내용면에서 니체의 책에 박혀 있는 통찰력과 생명력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님.)

천재가 아닌것에 감사하게 되는 책.그리고 이른바 교양이란 것에 대한 세련된 감식을 가진다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됬다. 물론 이는 작가의 의도와는 정 반대되는 반응이지만.

정신병적 강박증이나 편집증에 걸린 것이 분명해 보이는 파울과 폐병으로 고생하며 자신과의 싸움에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 베른하르트.
둘은 똑똑하다는 것과 광기와 비슷한 처지 때문에 서로를 좋아하며 의지하며 살게 된다.세상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유일한 동반자가 된 것이다. 다른 평범한 사람과는 교류가 서툴었던 두 사람은 의기투합 ,세상을 조롱하는데...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난 그 둘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어쩜 그들은 이 세상의 어쩔수 없는 아웃사이더 였을 지도 모르겠다.그리고 작가의 설명과는 달리  틀린것이 그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뛰어난 두뇌와 지성으로 다른 이들을 조롱하며 자신들을 박해하는 이들을 고발했지만,객관적으로 보기엔 그들도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였으니까.

게다가 다른 이들보다 자신들이 특출나다는 것을 알고있던 사람들이 세상과 불화하며 ,서로의 우정을 더욱 강화하다 결국은 쓸쓸히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별로 유쾌하지 못했다. 산다는게 그런 것이던가? 그렇게 희망없는 막다른 길 뿐이라는 것인가?

난 천재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그리고 그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평범하고 멍청한 듯 산다는 게 어쩌면 더 멋진 일일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니까.
물론 베른하르트나 파울은 그런 삶을 경멸할테지만 말이다.

 위선을 꼬집는 면에선 탁월했다는 것은 집고 넘어가야 겠다.화이트 라이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두 사람의 지성도 수긍이 됬고.그러나 책의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과는 달리 파울이 삼촌과 무슨 교류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그러니까 그 유명인과는 친척이라는 것밖에는 별 상관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저 유명인의 조카였다는 이유로 책의 제목이 된다는 것은 좀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파울이 살아서 이 책의 제목을 보았다면 그가 먼저 야유와 냉소를 보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비트겐슈타인의 입장에서는 ???
자신이 만나본적도 없는 어느 미친 조카의 얘기가 (자신과 혈연이란 이유로 )자기와 관련이 있는 듯한 뉘앙스의 제목으로 책이 엮어져 나온것을 보았다면 유쾌해하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웃기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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