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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왕국에서 온 아이
던 프린스-휴즈 지음, 윤상운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자폐인인 저자가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던 자폐인 던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은 본인은 알았지만 딱히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어 좌절하다가 청소년기부터 자신을 방치하고 노숙자로 인생을 허비한다.
그러나 어느날 동물원에 가서 고릴라를 보곤 동질감을 느낀 그녀는 평생 그들을 연구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마음 먹고 ,그녀 자신의 열정과 다른 이들의 너그러운 도움으로 자신의 꿈의 인생을 시작한다.
결국 자신이 바라던 박사 학위도 따고 가정도 꾸린 던은 이제 자신이 인생을 다시 살게끔 해주었던 고릴라를 위시한 유인원들을 위해,자신의 모든 지식과 열성을 다해 호소한다.
그들도 영혼이 있고 지성이 있는 고귀한 생명이라고.제발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달라고 말이다.
이 책은 세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우선 자폐인이 쓴 책이라 그들에 대한 아주 귀한 정보가 산재해 있었다.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에 휩싸여 있는 자페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그들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정보였다.
우선 그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그 한가지 였다.그녀는 정말로 이해를 못했다.그녀는 자신을 외계인과 동일시 하는데,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내가 느낀 것도 그녀가 정확히 외계인처럼 외따로 떨어진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10대 시절 자신을 이해하지도 그리고 자신을 다른 이들에게 적절하게 설명할 수도 없었던 작가가 자신을 무감각의 상태로 두고 방치하게 된것은 비극적이고 비참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었겠나 싶었다.그렇게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철저히 비극적이다.
그런 자신의 경험이 바로 고릴라를 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같다는 것을 발견한 던은 제발 그러지 말아주십사 부탁을 한다.
그들은 사용하는 언어만 다를 뿐 우리와 같은 고귀한 영혼을 지닌 존재라면서,이해를 넓히기 위한 것은 좋지만 그들을 인간들의 기준으로 오해하지 말아주십사 하고 당부한다.
둘째는 자폐인들이 어느 분야에선 매우 천재적이라는 것과 다른 사람보다 예민하기 때문에 자극에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그리고 그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오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 관계가 더 잘 풀리게 마련이다. 다를 수 밖에는 없는 사람들에게 같아지라고 윽박지르는 것보다 더 무례는 없지 않겠는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자폐인들에게는 대단한 안도를 줄 수 있다.그들은 결코 일반인들과 같아 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그저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것일 뿐.물론 그것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른다고 한다.우울증과 좌절감 등등...
얼마전 읽은 자폐인 라운의 이야기에서 그가 한 말이 떠오른다.그는 자페인의 세계가 너무 아름답고 평화러웠기 때문에 자신의 부모가 그렇게 간절히 자신을 불러내지 않았다면 그 세계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 말이 늘 여운이 남았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두번째는 우리가 가진 상대적인 우월감과 오만에 대한 것이었다.
우린 그들에게 우리의 세계가 낫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정말 바보같은 생각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고릴라와 자페인.그들이 만일 서로에게서 공통점을 느끼게 된다면 그건 우리의 그들에 대한 학대와 오해 ,무지,즉 그들을 그들 자신으로 살아 가도록 하지 않는 우리 자신의 오만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우리 후손이 그들 모두에게 엎으려 사죄하는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희들이 무지 했었노라고.그렇게 무지한 저희들을 잘 참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들린다고 말이다.
세째는 언어에 관한 것이었다.이 세상엔 다양한 생명채가 살고 우린 그 모든 생명체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당연시 한채 그들을 우리 인간의 하급동물로 취급한다.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을 했다.단지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아직 해독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아스퍼거 증후군은 남자 아이들에게만 걸린다고 해서 자신이 왜 걸렸을까 의아하던 작가가 나중에 레즈비언이 되더니 한 가정의 아빠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보고는 ,성정체성이라는게 단지 염색체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 사실 이런 책이 동화같은 제목과 표지를 달고 나왔다는 것이 좀 의아스러웠다.
10대가 이런 주제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때문에.
물론 그들에게도 자페인들에 대한 정보가 많이 주어져야 그들에 대한 무지를 없애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나,청소년들이 읽기엔 버겁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작가 던은 군더더기 없이 글을 잘 썼다.가끔 감상적인 시가 산문을 방해한다는 느낌은 들지만서도,이렇게 자신을 잘 표현하는 자폐인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그럼으로써 그들에 대한 편견이 이해로 바뀌여지는 날들이 당겨지지 않겠나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