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남의 불행을 구경하는 것만큼 재밌는게 또 있으랴.책 표지에 권투 글러브 끈을 조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며느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책이 심상치 않는 가족사를 까발릴 것이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을 터... 국제 결혼을 한 작가가 자신의 시아버지와의 갈등(?)을 주먹 불끈 쥐고 사명감까지 느끼는 게 분명한 목소리로 적어내려가고 있는 책이다.비공식적이지만 첫대화에서 '너 웍이(중국식 후리이팬) 몇개냐?'라고 묻는 것을 수상히 여겼다손 치더라도 어찌 이 시아버지의 기벽을 상상할 수 있었겠으리요.부모님의 따스한 정이 그립다면서 말리는 남편을 설득해 시댁으로 들어간 며느리는 곧 부엌이란 공간이 시아버지의 절대 성역으로 접근 불가에 ,자신들이 주는 대로 받아 먹고 살아야 하는 신세란 것을 알고는 기겁을 하는데. 30년동안 독재자처럼 부엌을 장악하고 사수하며 살아오신 시아버지와 김치와 밥을 해먹고 싶어 몸서리를 치는 며느리 사이의 웃지 못할 영역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막상 막하의, 쫓고 쫓기는 ,엎치락 뒤치락 하는 쟁탈전 싸움을 유쾌하게 구경하다 보면 결국 신경전 다음에 오는 것은 세월이 흐른뒤 서로에게 가지는 이해와 애정, 가족간의 살가운 정이란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아마 이런 시아버지는 다시 없을 것이다.그리고 그런 시아버지를 고발하면서 이렇게 애정을 과시하는 며느리도 다신 없지 않을까? 피부색과 문화차이를 이해와 정으로 넘어서는 막상 막하 시아버지 ,며느리 대결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라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아버지 보쌈을 해서라도 데려와 부엌일을 몽땅 다 맡기면 행복하겠다 , 이 며느린 무신 불만일까 싶지만서도,글쎄 1년동안 김치를 못먹는다면 아마 이 며느리처럼 쿠테타를 꿈꾸는 건 당연할까요? 우린 한국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