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oved (Paperback) - 『빌러비드』 원서
토니 모리슨 지음 / Vintage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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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안에 아이 귀신이 산다.억울하게 살해되었기에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아  집을 뒤흔들고 다닌다.그러나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떠날 생각을 안 한다.
왜냐면 그 아이의 분노보다 더 큰 것이 자신의 사랑이란 것을 그 아이의 엄마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귀신의 분노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이라!대단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가?

 여자들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랑하고 이뻐하며 아이에게 행복한 미래를 주고 싶어하는 것이 모성이 아닐까?그런데, 흑인들에게 그런 모성을 허락하지 않았던 때가 미국에는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과거를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는 책이다.
한때 백인들이 흑인을 지능이 낮은 동물 정도로 여기고는 양심에 꺼릴낄 것도 없이 갖은 학대를 일삼았던 시절의 이야기.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150여년전만 해도 미국에서 흑인들의 지위는 인간이 아니라 소유물에 불과했다.
그 소유물이 생각도 하고 ,감정도 있으며 ,아파할 줄 알며 ,심지어 놀랍게도 지능(?)도 있으리라고 당시 백인들은 생각지 못한 듯하지만 ,어디 인간이 태고적부터 달라진게 있던가?
그들 역시 영혼을 가진 존재들이고 따라서 보다 나은 삶,최소한의 자유를 향해 탈출을 하려 했을 것은 어쩜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여기 한 젊은 흑인 노예(열 아홉살)엄마가 있다.
자유를 찾아 도망가자고 나서다 그녀는 인간으로써, 여자로써 겪어야 할 갖은 학대를 다 겪었다.거기다 그녀가 하늘같이 믿었던 남편을 배신을 때리고 사라졌고, 그마나 그녀에게 남은 거라곤 자식들 뿐이다.
그렇기에 이제 간신히 자유의 몸이 되어서 "새끼"들과 잘 살아보겠다고 꿈에 부풀어 있을때, 그녀를 찾아 노예사냥꾼들이 오는 것을 본 엄마는 자식들이 노예가 되어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을 보느니 같이 죽어버리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그래 자식들을 날쌔게 집어 들고는 창고로 가서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하고,그 동작이 얼마나 잽쌌는지 사람들이 그녀를 제지했을 때는 이미 그 광분속에 세째 아이가 살해된 후였다.
영아살해라는 오명속에서도 그녀는 이름도 지어주지 못한 죽은 딸을 위해 비석을 세워"빌러브드(사랑하는)"라는 글자를 새겨 놓는다.
그리고 18년이 흐른 뒤 어느날, 그녀의 집앞에 길 잃은 듯한 여자가 찾아 오고,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빌러브드"라고 하는데...

 노예제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책이었다.
물론 "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 다른 인간을 사물화함으로써 영혼을 말살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죄악이고 끔찍한 발상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는 이 책이 더 효율적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흑인들은 얼마나 생명력이 강한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쉽게 어물쩍하니 우아한 척을 하면서 자신의 가해자들을 "용서"해주는 게 아니라,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자신의 지성으로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똑바로 상처를 바라보고, 결코 거짓된 말들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그 성처와 패배속에서도 자신을 실패자나 노예로 굴복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해야,자신을 사랑하는 것만이 그 모든 것들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한 사람들이었다.
무지와 폭력에  강한 정신력으로 대항을 하다니 얼마나 이 작가가 부럽던지..
놀랍도록 강인한 이 사람들 앞에서 아마도 백인들의 후예들은 자신들의 선조들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리라...

 토니 모리슨의 책 중에서는 가장 잘 된 책이다.
섬뜩한 이야기를 상상력 하나만으로 생생하게 살려낸 솜씨며, 신화적이고 파워풀한 나레이션과 옥구술 굴러가는 듯한 풍부한 어휘력의 성찬들이 ,비극적이고 슬프며 서사적이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내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과 더불어 인간이 본성에 대한 통찰 역시 같이 볼 수 있는 대단히 지성적인 책이다.
말하건대 ,강력한 주술처럼 읽힐 것이다.

 오,사랑은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그러나 이도 저도 아닌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모리슨의 말씀.맞습니다요.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노예제도 안에서 살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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