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뉴튼 -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 현대 예술의 거장
헬무트 뉴튼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보그"지의 사진작가로 일한 사람으로써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라고 일컬어 진다는 헬무트 자신의 자서전이다.
솔직하고 가식이 없이 '오로지 자신만 안다'(=자기중심적인 사람이라는 뜻)는 것을 자랑스럽게 떠벌리며 본인의 인생역정을 기탄없고 꺼리김 없이 기술하고 있다.
물론,그것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흥미있어할 만한 이야기냐 하는 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를것이라 보이는데, 아마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떤 사람은 솔직하다고 좋아 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혐오스럽다고 할것이고...
그런데 그의 인생이 그의 사진을 보는 듯이 닮아 있어서 놀랬다. 아름다운 것도 물론 있었지만, 가학적이고 괴기스러우며, 아름답다고 하기엔 역겹기도 한것이 더 많았는데, 작가의 인생 역정 역시 똑같더라.. 찍는 사람의 모든 것이 사진속에 투영이 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을 예술적인 포르노? 라고 하던데.고급스럽게 잘 찍은 포르노라는 뜻인가 보다. 본질은 그대로인것 같은데, 고급스럽게 찍으면 예술이 된단다.

솔직히 이럴땐 난 내가 예술에 문외한인게 자랑스럽다.
뭐, 누구에게든지  그다지 권해주고 싶은 책은 아니다.
재밌거나 통찰력이 있거나 인간미(어쩌면 그는 그런 것을 위선이라고 할 것이다.)가 있지는 않으니까.그의 젊었을 때 섹스머신 이었다는 영웅담을 굳이 들어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난 안 궁금했고 좀 역겨웠다.
지골로나 바람둥이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은 뭐 그런대로 유익했지만,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미 많이 듣지 않았나 싶다.
흥미로운것은 파격적인 그의 사진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런 것--매춘촌 거리, 누드,  흐트러짐 없는 히틀러적인 가학적, 피학적 영상 혹은 변태적인 영상(?)--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사진을 보면 히틀러가 연상이 된다.정상적이지 않고 인간적이진 않지만, 질서 정연하고 깨끗하며 논리적이며 고급스러운,죽음을 연상시키는 성과 폭력까지.어쩌면, 히틀러는 민족적인 괴물의 산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어떤 것이 그 시대에 맞아 튀어나온 것일지도 몰라.
왜냐면,헬무트는 유태인이기 때문이다.더군다나 히틀러의 망상에 쫓겨 타향살이를 해야 했던.
그렇다면 적어도 그런 특성이 독일적이라고 할 수 있을려나?

어릴적부터 여자를 사물시한다는(즉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점에서 매춘에 매혹되었었다는 작가와 유태인을 열등민족이라는 이유로 역시 인간취급하지 않았던 히틀러는 분명히 같은 맥락이다.

아이러니한것은 그렇게 인간을 사물시하는 것들이 어느정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게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적당히 아름답게 포장을 하고 어떤 가치가 있는 듯이 선전을 하면 사람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믿어버리는게 아닌가 싶다.
별로 다시 보고싶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책이여서 나도 그냥 넘어가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에밀 아자르가 비교됐다.(=로맹가리)
사람들의 일생은 각자의 철학대로 얼마나 다른지.같은 2차대전을 겪은 유태인이면서도 이렇게 삶은 다르게 흘러가니 말이다.같은 세상과 시간속에 살았으면서도 그들이 그려내는 모습은 너무도 판이했다.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이 사람의 작품은 대단한 가치를 지녔으며 옹호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물론이다.이 사람의 독특한 사진도  걸작일 수도 있고,인간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켰다는 면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란 것에 아무런 불만은 없다.
그저 난 이 사람이 여전히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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