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원인을 알아낼 수는 없는 질병으로 사람들이 차례로 눈이 멀어 버린다. 갑작스럽게  실명한 사람들은 혼란과 공포속에서 정신병원에 격리가 되버리고, 격리된 사람들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에 대항해가며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게 된다.
결국 안과의사의 아내 단 한사람만 빼고 온 도시 사람들이 실명을 하게 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이 책은 그들의 그러한 오딧세이를 생생하고 잔혹하게 묘사해 나간 것이다. 그들에게 구원을 올것인가?

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차례 차례로 눈이 멀어가다 결국 한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실명을 한다는 설정을 비롯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이 작가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통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읽다보면 마음속에서 울려나오는 저항없이 그래, 아마 인간들을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물론 그것이 매우 유쾌한 경험이냐하면 별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혼란속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나약하고 쉽게 잔인해지며, 공포와 두려움에 즉각 항복한다는 사실을 여실이 보여주는 이 책에서 그러나 또 그들을 이끌어주고 구원해주는 사람도,그들에게 연민을 가지고 ,만연되는 지옥같은 풍경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것도 역시 인간(의사의 아내)란 것을 극명하게 대조해서 보여준 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읽어내려가다보니 난 까뮈가 저절로 생각이 났다.(페스트 때문에)
전염병이 도시를 덥쳐 사람들이 지옥같은 혼란을 겪는 와중에서도 인간적인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에 의해 그나마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진다는 설정이 두 책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랄까? 격이 다르나고나 할까? 까뮈의 책이 훨씬 더 아름다웠다.그러니까 미학적인 관점에서 까뮈가 포인트를 확실히 더 받는다고 보면 될것이다.
거기다 까뮈의 페스트는 얇기도 했다.그 얇은 책 속에 군더더기 없이 ,지극히 우아하고 정확하게 지옥을 묘사하고,인간애까지 를 그려낸 까뮈에 비해선 이 작가는 어딘지 경박해 보였다고나 할까?
오, 해봤자 쓸데 없는 말이지만, 까뮈가 그렇게 죽지 않았더라면 그 후에 그가 어떤 글을 내놓았을 지 참 궁금해진다.
대단한 작품이었으리라...까뮈 자신은 별로 자신의 죽음에 불만이 없을테지만, 난 너무 일찍 죽어버린, 아니 그만의 세계를 완성하던 단계에서 죽어버린 그가 새삼스레 아쉽게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내가 좋아할만한 그런 책은 아니였다.
결국 작가가 아무리 좋은 작품을 써내도 결국 그것을 바라보는 안목은 독자의 취향에 달린 것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잃기 전에는 그 가치를 모른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다고 하던데,그런 말들은 이제 내겐 식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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