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 결별과 부재의 슬픔을 다독이는 치유에세이
조앤 디디온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이 책을 아는 사람에게 추천받은 뒤로 사려 애쓴 것이었는데, 벌써 번역이 되어 나왔길래 무척이나 반가웠다.
하지만 읽고 나서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책이여서 좀 실망을 했다.
줄거리를 전혀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인데,알고 보니 내가 완전히 다른 내용의 책을 기대하고 (이 책의 내용에 비하면 환타지 수준...?)있었더라.

 조앤의 불행은 2003년 크리스마스 때 부터 시작된다.(이 책은 실화다)
외동딸이 급성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해 사경을 헤매더니, 그 딸을 면회하고 돌아온 집에서 저녁을 먹고 쉬려던 순간, 남편 존이 갑자기 쓰려져 그대로 사망한 것이다.급성 심장바미.어떻게 손 써볼 새도 없었다.(조앤은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신이 어떤 조치를 취했더라면 존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며 괴로워한다.)
놀랍도록 침착하게 40년을 함께 산 남편의 사망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치룬 뒤.
장례, 추도식,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추도사, 신문에 보고기사를 내 보내는 것 등.

그녀는 기다린다.남몰래...

그녀의 남편을..

 

<<<<(그가 죽은 뒤) 첫날 밤에는 혼자 있어야 했다.

          그가 돌아올 수 있도록 혼자 있었야 했다.

          이것이 마법을 꿈꾸던 한 해의 시작이었다.>>>

 

그가 돌아오면 신발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신발만은 버리지 않고 그를 돌아오는 마법을 꿈꾸지만,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를 다시 불러오는 것이 실패한 뒤 그녀는 어릴때부터의 습관인,자기 자신과 자신의 현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문학, 즉 문자에 매달린다.

선대의 사람들, 특히 자신이 작가인 만큼 다른 작가들이 남긴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난 뒤"의 비통함을 묘사한 글들을 찾아내고 분석하며 자신의 고통을 줄여보려 애를 쓰지만,그게 어디 이성만으로 가라앉을 것이겠는가?시간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상처인 것을 사람들은 쉽게 시간이 해결해준다고들 말하지만,시간에 기대기엔 너무 고통스러운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낱낱히 분석을 하면서 자신의 고통을 줄려 보려 하고 이것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내가 놀란 것은 이 책이 남편이 죽은 뒤 10개월 뒤부터 쓰여졌다는 것이다.그럴 생각과 기운이 있었다는 것에 기가 막혔다.
그녀는 너무도 생생하고 뚜렷하며 명료하고 세세하게 거기다 너무도 정확성을 기해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분석하고 기록하고 있었는데,그것이 나름대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을 지 모르지만 읽어가는 나로써는 끔찍했다.

인간에게 망각이 왜 있다고 생각하나?신이 인간의 나약함을 아셨기 때문에 주신것일 거라고 난 생각한다.

같은 상실을 당한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 모든 분석을 한 것이라고 그녀는 말할지도 모르지만,날것으로 보여주는 그녀의 고통은 지성적이고 이지적이며 강한 그녀의 성격과 논조에도 불구하고 읽기 매우 버거웠다.

거기다 뇌혈종을 다시 쓰러져 사투를 벌이던 외동딸은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이 책에서는 사투를 벌이는 과정만 있다.)

 작년 미국에서 이 책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베스트셀러가 되었었다.하지만 조앤이 그것때문에 행복해 하거나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녀가 극복을 위해 이 책을 쓴 거라면,딸마저 잃고 난 지금  그녀가 일어설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인간이 그렇게 강할 수 있는가? 아니 ,그 보단 그렇게 강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최근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착각하지 마시라,이때 잃었다는 것은 죽었다는 것이다--사람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는 되지만 무슨 심정인지 도무지 모를 테고,잃은 지 오래된 사람은 이미 겪어본 일이라 대단한 것도 없다고 느낄 것이다.
인간은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지.의지했던 다른 인간이 사라지면 곧바로 인생의 다른 든 것의 의미는 사라지고 마니 말이다.
바라건대,난 그저 살아가면서 이런 고통만은 겪지 말게 해달라고 신께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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