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매달린 여우의 숲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박종대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어째 글을 잘쓴다 싶더니만,리뷰를 쓰려 검색을 해보니  "기발한 자살여행"의 작가가 쓴 책이었다.

줄거리는 핀란드의 북쪽 ,세상의 땅 끝 정도에 해당하는 황량한 숲에 여차 저차한 이유로 동거를 하게된 세명의 사람들이 벌이는 기발한 유쾌 상쾌 통쾌한 합숙기(?)이다.

훔친 금을 숨기려 은둔지로 그곳에 온 도둑과, 알콜 중독 소령,그리고 아흔살 생일날 자신을 양로원에 데려가려는 사람들을 피해 숲으로 도망쳐 온 할머니 셋은 얼떨결에  아무도 찾아 오지도 ,찾아올 생각도 안 할 거라 확신하는 황야에서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았던 그곳에 그러나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하고, 조용할 거라 생각했던 그곳의 일상은 별로 조용해지지 않는데...

재밌다.낄낄 대고 웃거나 ,하하대고 웃거나 간에 ,대충 시종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작가의 능청스럽고 음흉스런 유머도 일품이었지만 얼마나 글솜씨가 뛰어나면, 천하에 나르시스트이며 게으름장이인 도둑놈 오이바가 처음 등장해 금을 혼자 차지하겠다면서 다른 공범들을 따돌릴 때는 밉더니만,나중에  다른 공범인 시라가 자신의 몫을 요구하며 나타나 금을 챙겨가자 ,오이바가 그를 가르켜' 강탈범'이라고 하는데' 맞어...'하며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단한 설득력이다.이 작가는 교주나 사기꾼이 안 된게 천만다행인 것 같다.

시종일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말이 되는 일처럼 줄줄이 엮여지는데,가히 핀란드 최고의 입담꾼이란 찬사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재밌어서인지 영화로도 만들어 졌다고 한다.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며 ,아마 책의 그대로만 만들었다해도 아주 성공적인 작품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군더더기 없이 ,빠른 전개로,시종일관 블랙유머를 적절히 구사하며 씌여져 있어서

연휴때 읽으니 딱이었다.

심각하지 않고, 독일 사람들에 대한 증오(?)--마치 우리가 일본 사람들을 폄하하듯이--가 자연스럽게 유머로 표출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왜 핀란드 사람들은 독일 사람을 싫어할까? 의문이다.

 참,이 책엔 '오백만마르크'라는 이름의 여우가 등장하는데, 난  여우가 "갑자기 기분이 더러워졌다"라고 서술하는 작가도 처음 봤지만, 그 표현이 너무 그럴듯 해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기분이 더러워지기도 하는 여우가 등장 하는 이 해괴한 제목의 책을 읽으며 심각하지 않게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