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대산세계문학총서 7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시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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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love the way Janie crawford left her husbands,
the one who wanted to change her into a mule
and the other who tried to interest her in being a queen
A woman, unless she submits ,is neither a mule nor a queen.
Though like a mule she may suffer
and like a queen pace the floor.

                                                            -- 칼라 퍼플의 작가 앨리스 워커--

 

위의 시는 칼라 퍼플의 작가인 앨리스 워커가 이 책을 읽고서 지은 시여요.이 책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시이기도 하죠.

 이 책의 주인공인 재니는 세번 결혼을 한답니다.
엄마가 학교 선생님에게 강간을 당해 낳은 자식었던 재니는외할머니 손에 길러져요.
엄마가 그녀를 낳은 뒤 수모를 이기지 못하고 달아 났기에 그녀는 엄마의 얼굴을 본적도 없죠.
미국 흑인 노예 시대를 온 몸으로 견디며 살아온 그녀의 할머니는 흑인 여자들이 어떤 고난의 삶을 살게 되는지 진절머리나게 보았다는 이유로, 재니가 성숙하자 마자 서둘러 기반이 튼튼하다고 생각되는 노총각에게 시집을 보냅니다.
하지만, 17살의 나이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된 재니는 할머니의 뿌듯함과 대견함,"넌 정말 부자구나,난 이 나이에도 이런것이 없는데.."라는 부러움에도 그것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곤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인생길을 결정한 할머니를 증오하게 되죠.
그러다 조라는 장사꾼을 만나 무모하게 야반도주를 감행하지만, 곧 그 결혼에도 회의를 하게 됩니다.
새 남편 조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다른 이들에게 전시용으로 과시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내실은 그녀를 무시하며 입 다물고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길 원하는 독재자었지만 ,겉으로는 여왕처럼 떠받들며 사는 것처럼 보여지길 원했죠.
더군다나 그녀는 아름다움으로 자신이 박제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여자였어요.허영이 그녀에겐 맞는 옷이 아니었던거죠.
그런 화려한 불행은 조의 죽음으로 끝이 나고,돈 많은 과부가 된 그녀에게 다시 연하의 남자 티제이가 나타나요.
많은 사람들은 그가 그녀의 돈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녀 역시 그런 의심을 하지만,그럼에도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죠. 재니는 티제이에게 말해요.

 <옛날에는 ,난 아무 생각도 못하고 살았어.그땐 가만 서서 웃는 시늉만 하며 죽어가고 있었지.그런데 당신이 와서 날 바꿔놓은 거야.그러니 난 우리가 함께 지나온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당신에게 감사해.>라고요.

결국 둘은 남들의 눈을 피해 자신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으로 떠나 가지만, 얼마후 재니는 혼자 터벅거리며 돌아 오게 됩니다.그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모든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혼자 해내야 하지.하나님을 찾아가는 것과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법을 발견하는 것.>

 그녀가 돌아와서 친구에게 사정을 들려주며 하는 말입니다.
네.그녀는 자신의 삶을 사는 법을 발견한 거였답니다.
17살 때  늘 저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고 궁금해 하던 소녀 재니는 드디어 그 수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게 된 것이죠.그리고 그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합니다.
남의 시선과 의지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불행 했었던가를 떠올리리면서요.

 한 여인이 진정한 사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가는 소설은 많이 있읍니다만, 이 책이 독특한 것은 작가의 통찰력이 배여 있는 강력한 힘과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 때문이랍니다.
1901년에 태어난 흑인여성으로 대학 교육까지 받았지만 너무 가난해서 굶어 죽었다는  이 책의 작가 조라.
살기 위해 자존심을 죽이고 백인의 가정부를 하면서 끼니를 때웠다는 이 여자가 쓴 글을 읽어보면 놀랄 수 밖엔 없어요.
지금 교육을 받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쓰라고 해도 쓰지 못할  여성들에 대한 놀라운 진실들을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앨리스 워커가  그녀의 책에 경의를 담아 위와 같은 시를 쓴 걸 겁니다.
우리가 우린 자신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살게 되었을 때 우린 그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의문이었답니다.

조라의 이 책을 읽는 것은 피곤한 일이었어요.신경이 날카롭게 서는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읽을만한 가치는충분했다고 봅니다.재니가 그녀의 사랑을 만나 인생을 새롭게 보아 나가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환희를 느꼈던지요.
전 티제이를 잃고 나서 오히려 담담한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여성분들에게,특히 20대의 여성분들에게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아마도 그게 그 가혹한 환경에서도 이 책을 쓴  재능 많은 조라 닐 허스튼에게 우리가 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녀에게 존경을 바치며, 그녀에게 다음 생이란 것이 있다면 더 좋은 세상에서 자신의 재능의 값을 톡톡히 받아 내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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